내동공간(來同空間), 남동공단

서울독립영화제2015 (제41회)

새로운 선택

박군제 | 2015 | Documentary | Color | HD | 16min 24sec

SYNOPSIS

나는 어릴 적 인천 남동공단에서 외국인 노동자와 함께 했던 추억이 있다. 그래서 마석공단에서 묘한 기시감을 느낀다. 그 시절을 부모님과 전혀 다르게 기억하고 있는 한 가지를 알게 되었는데, 왜 잘못 기억하고 있을까 하는 고민이 들었다.

DIRECTING INTENTION

-사진과 그림
가지고 있는 것은 인물 사진, 개 사진뿐이다. 외관은 얼핏얼핏 보이지만 전체가 보이는 사진은 없다. 그래서 나는 기억에 의존해 그림을 그리고, 내가 다른 사람, 사물, 동물에게 가졌던 감정을 선으로 표현하는 데 중점을 가지고 드로잉을 모았다. 내가 그리는 것에 사실 미술이라는 단어를 쓰고 싶지 않다. 그냥 그림이고, 뒤늦게 쓰는 일기다. 그것은 기록이라기보다는 기억에 가까운 것이고, 희미하고 무디다. 보다 섬세하게 과거를 기억하는 것은 책과 게임으로 당시의 삶을 직면하는 것을 피했던 내가 아니라, 그곳을 기억하기 싫으면서도 추억하는 어머니다. 나의 드로잉과 본래 그림을 그리셨던 어머니의 작품을 합쳐 이야기를 만들고 형태를 구성하고자 한다.

FESTIVAL & AWARDS

Premiere

DIRECTOR
박군제

박군제

STAFF

연출 박군제
제작 박군제, 류한준
각본 박군제
촬영 박군제
편집 박군제

PROGRAM NOTE

영화는 개인의 특별한 과거를 기억한다. 내레이션에 바탕을 두고 거슬러 올라간 시간은 14년 전 2000년대 초반의 한 시절이다. 당시 감독은 중학생이었고, 부모님은 팍팍한 살림을 일구기 위해 공장을 운영하셨다. 집과 공장은 연결되어 있었다. 막다른 곳은 아무것도 없는 경사진 내리막이었다. 주방엔 꼽등이와 쥐가 서식하고 있었지만, 마당엔 개를 길렀다. 공장은 가족의 생계의 터전이며 일상에 다정한 공간이기도 했다. 90년대 중반부터 한국 사회는 외국의 값싼 노동력을 불러들였다. 가족이 주거했던 공단의 슈퍼마켓에도 쉽게 외국인을 위한 식자재를 볼 수 있었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모두 저마다의 비전을 품고 한국 땅에 도착했지만, 제도적 불합리와 차별 속에 고국으로 돌아가는 것이 다반사였다. 비슷한 사연이 20년간 반복되고 있음을 알고 있다. 다시 영화로 돌아가자. 가족의 공장에도 2명의 파키스탄 노동자들이 일을 했다고 한다. 부모님의 친절한 배려 가운데 그들은 열심히 일했지만, 역시 불법 체류자라는 이유로 고국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이로 인해 공장은 벌금을 물게 되었는데, 다행히 노동자의 우호적인 증언으로 감면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고생스러움에 혀를 내두르지만, 어머니는 애잔한 정서에 기대어 당시를 기억하고 있다. 반면 아버지는 가장으로서의 자부심으로 더욱 충만하신 듯하다. 부모님의 인터뷰는 대개 공통되지만, 사이사이 조금 어긋난 기억이 있다. 화자인 감독은 그 균열에 조용히 집중한다. 무엇이 다른 기억을 낳는 걸까? 자신들의 나라로 돌아간 그들도 이곳을 기억하고 있을까? 기억의 이미지는 오로지 사진과 드로잉으로만 재현되고 있다. 무채색의 드로잉이 무심한 듯 인상적이다.

김동현/서울독립영화제2015 집행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