앰부배깅

서울독립영화제2016 (제42회)

본선경쟁 단편

한정재 | 2016 | Fiction| Color | MOV | 23min 16sec

SYNOPSIS

86세의 이숙자의 상태는 좋지 않다. 환자의 보호자를 찾는 방송을 계속 하지만 병원에 있던 이숙자의 손자는 처치실로 오지 않는다. 호흡을 유지시키기 위해 앰부배깅을 하는 민지에게 엄마의 전화가 온다. 동생이 애를 낳는다고 빨리 오라는 전화이다.

DIRECTING INTENTION

‘나는 사는 법을 배우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죽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 레오나르도 다빈치

FESTIVAL & AWARDS

2016 제11회 대한민국 대학영화제 대상

DIRECTOR
한정재

한정재

2010 <구급>

2014 <교차로>
2015 <나를 채워줘>
STAFF

연출 한정재
제작 서준석, 김새힘
각본 한정재
촬영 송완기
편집 한정재
조명 송완기
음악 박예원
미술 최정환
출연 신윤정

PROGRAM NOTE

임종을 앞두고 있는 노모의 환자 이숙자에게 앰부배깅하고 있는 인턴의사 김민지. 의사의 도움 없이는 숨을 쉴 수조차 없는 위급한 환자의 상태에도 불구하고 이숙자의 보호자는 감감무소식이다. 병실에서 홀로 환자의 호흡을 지속시키기 위해 앰부배깅 중인 민지에게 엄마의 전화가 걸려온다. 다급한 그녀의 상황을 전혀 모른 채, 엄마는 산모인 동생의 출산이 임박하자 두려움을 호소하며 빨리 병원으로 와 달라 재촉한다. 이미 퇴근할 준비를 마친 그녀이지만, 담당의사인 선배는 끝까지 환자를 책임지길 부탁한 채 바삐 병실을 떠나고 간호사는 보호자를 찾는다는 핑계로 홀연히 사라진다. 환자의 죽음은 서서히 다가오고 있고, 다시 걸려온 엄마의 전화는 동생의 태아가 뒤집혀 나와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한다. 결국 민지 스스로 보호자를 찾기 위해 병실을 비우게 되는데, 그사이 환자는 동료 의료진의 실수로 인해 호흡곤란 상태에 빠진다.
앰부배깅은 '스스로 호흡이 힘든 환자를 위한 수동식 산소 공급'을 뜻하는데 영화에서는 환자의 생이 주인공 민지에게 전적으로 달려있는 매개로 드러난다. 그와 동시에 동생의 출산은 항시 삶과 죽음이라는 간격 속에 끼어 있는 우리의 상황을 보여준다. 환자의 사망을 선고하려는 순간 들려온 동생의 출산 소식은 삶의 윤회라는 점에서 인생을 달관한 듯한 이야기로 보일 수도 있었으리라. 그러나 <앰부배깅>의 독특한 점은 각자의 사정으로 지쳐있는 모든 등장인물을 통해 삶도 죽음도 피로한 시대를 그려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민지의 의료가운에 생의 마지막 흔적을 남겨놓은 숙자의 가래와 같은 삶과 죽음. 그 간극에서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모르는 주인공의 처연한 얼굴이 잊히지 않는다. 생의 순환이라는 추상적일 수 있는 명제를 실제적인 병원의 현장 속에 가져와 능숙하게 풀어낸 연출력 또한 탁월하다.

김경묵 / 서울독립영화제2016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