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덩이
서울독립영화제2016 (제42회)
본선경쟁 단편
강산 | 2016| Fiction | Color | MOV | 17min 26sec
SYNOPSIS
바람을 피우던 남자. 내연녀로부터 이혼하라는 협박을 받게 된다. 모든 상황으로부터 도망치려던 남자에게 상황은 갈수록 꼬여만 간다.
DIRECTING INTENTION
망하는 결혼이 망하는 이유에 대해서 다뤄보고 싶었다.
FESTIVAL & AWARDS
World Premiere
DIRECTOR

강산
2016 <로즈마리>
STAFF
연출 강산
제작 권보람
각본 강산
촬영 우경진, 유호철
편집 김병록
동시녹음 송우진
음향 양혜진
미술 김소영
출연 윤정로, 김수연, 박선영
PROGRAM NOTE
게임화면, 공간 소개 컷, 극적인 아이리스 전환. 짧지만 임팩트 있는 오프닝에 이어, 영화 속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남성을 압도하는 강한 아내 미선, 무능하고 나약한 남편 지로, 그의 제자이자 내연의 관계인 혜정(나타샤). 영화는 이들의 삼각관계를 마치 게임처럼 펼쳐 보인다. 거침없는 미선의 말과 행동은 사회가 이상화하는 보편적인 여성과는 거리가 멀다. 그녀의 말엔 욕설이 난무하고, 지시적으로 남편을 부리고 조롱한다. 고정된 성 역할에서 벗어난 그녀의 기이한 행동은 낯설고 당황스럽지만 묘한 통쾌감을 자아낸다. 남편 지로는 생활력 없는 전형적인 지식인 남성으로 지적 허세와 환상에 사로잡혀 가정으로부터 일탈하려 한다. 혜정(나타샤)은 지로에게 이상화된 순정적 캐릭터로, 다소 대상화된 측면이 있으나 후반부 반전의 열쇠를 쥐고 있다. 미선과 지로는 서로에게 ‘구덩이’이고, 이것은 결혼이라는 지긋한 일상성을 의미한다. 다만, 이를 대하는 태도가 상반되었다. 지로가 무책임하고 부도덕하게 결혼을 파하고자 하는 반면, 미선은 상대를 꾸짖고 각성시키며 끝내 싸안고 가려 한다. 그녀는 이 과정에서 가차 없는 응징과 처벌을 서슴지 않고, 여성 간 연대를 성사시키는 정치력을 발휘한다. 걸크러시로 동경 받기 충분하다. 지로의 계획은 어긋나고, 미선은 철없는 남편을 다시 품고 가야 한다. 외형적으로 미선의 승리처럼 보이지만, 정색하면 씁쓸한 결론이다. 한편, 예기치 못한 순간 불쑥 사용되는 장르적 장치는 코미디와 스릴러가 제멋대로 혼용된 B급 정서 가득한 <구덩이>의 또 다른 맛이다. 울다가 웃다가, 서늘하게 현실을 직시케 하는 막장 드라마의 맛.
김동현 / 서울독립영화제2016 부집행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