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가게

서울독립영화제2016 (제42회)

새로운 선택

김나윤 | 2016 | Fiction | Color | MOV | 13min 49sec

SYNOPSIS

하루 종일 깜깜한 방안에서 잠만 자는 여자, 그리고 24시간 잠을 자지 않고 조명가게에서 일하는 남자가 있다. 어느 날 여자는 조명을 사러 조명가게에 간다.

DIRECTING INTENTION

마음 한 구석이 결핍된 이들을 위한 크리스마스 동화 같은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

FESTIVAL & AWARDS

World Premiere

DIRECTOR
김나윤

김나윤

STAFF

연출 김나윤
제작 황다슬
각본 김나윤
촬영 조혜린
편집 김나윤
음향 김유화
음악 최정인
미술 김나윤
출연 강예원, 방주환

PROGRAM NOTE

24시간 동안 불을 밝혀두는 작은 조명가게가 있다. 잠을 거의 못 자는지 눈 밑이 거뭇하고, 좀처럼 웃지 않는 남자가 그 가게의 주인이다. 크기와 모양이 각기 다른 조명들로 가득 찬 백색 공간에서, 남자는 손님도 조명을 파는 일도 전부 귀찮은 듯 퉁명스러운 얼굴로 앉아 있다.
그 조명가게와 멀지 않은 곳에는 종일 잠만 자는 여자가 있다. 시간을 구분하기 어려운 어둑한 방에는 여자 말고도 누군가가 자꾸 나타난다. 방에 환하게 불을 켜면 그들은 잠시 여자의 눈앞에서 사라지지만 여자는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여자는 조명가게로 간다. 적당한 밝기를 찾아서.
그러고 보면 사랑은 종종 빛으로 비유된다.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면 그이의 등 뒤로 ‘후광’이 비춘다고도 하고, 힘든 시간을 함께 견뎌낸 연인에게는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터널 속에서 당신만이 유일한 ‘등불’이 되어주었다고도 한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건 ‘빛’이 아니라 ‘적당한 빛’일지도 모른다. 적당히 어둠을 남겨두는 밝기에서야 서로 다른 두 사람은 용기 내어 마주 설 수 있다. 깊이 잠들지 못 하는 남자와 잠들지 않고서는 버틸 수 없는 여자. 두 사람은 서로에게 부끄럽지도 않고 겁에 질릴 필요도 없는, 적당해서 사랑스러운 빛이 되어줄 수 있을까.

차한비 / 한국독립영화협회 사무국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