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에치던 방

서울독립영화제2016 (제42회)

특별초청 장편

이완민 | 2016| Fiction | Color | DCP | 138min

SYNOPSIS

채미희는 조성숙에게 학창시절 단짝친구였음을 주장한다. 두 사람은 서로를 처음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성숙은 채미희의 주장을 받아들인다. 그 때 내가 왜 그랬을까? 스스로 자문하고 서로에게 질문하는 와중 가까워지는 두 사람.

DIRECTING INTENTION

처음 본 누군가에게 반가움을 주장하려면 무엇이 전제되어야하나? 이 질문으로부터 출발했다.
그런데, 만들고 나서 보니, 반가움은 주장하는 것이 아니었다.

FESTIVAL & AWARDS

2016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시민평론가상

DIRECTOR
이완민

이완민

2006 <치마>

2006 <버마코에서 지는 해>

2008 <멘스리아>

2009 <>

2010 <가재들이 죽는.>

STAFF

연출 이완민
제작 윤나경
각본 이완민
촬영 이주환
편집 이도현
조명 권준령
동시녹음 강나루
기록 김수정
프로듀서 남윤석, 조성훈
출연 이상희, 홍승이, 김새벽, 이선호, 임형국, 이주영, 최진혁, 정원, 김승현

PROGRAM NOTE

이 영화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기는 불가능하다. 인물들의 정체성은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고 인물들의 관계 또한 정의하기 어려우며 과거와 현재, 환영과 실재 사이의 경계는 종종 흐릿하다. 영화가 구조적으로 그렇게 만들고 있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등장인물들의 시선과 태도가 그런 혼란을 배가시킨다. 그들을 연결해주는 유일한 고리는 그들 모두 과거의 상처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 정도다. 그 상처는 영화 안에서 직접적인 방식으로 온전히 대면되지 않고 인물들이 만나 관계를 맺는 순간들에 잔상을 남김으로써 현재화된다. 그렇다고 해서 이 영화가 인과관계 안에서 비밀을 추론하는 퍼즐게임이 되고 싶어 한다고 말하긴 어렵다. 대신 인물들이 저마다 순간순간 겪어내는 감정의 밀도와 파동만으로 영화가 자신의 세계를 움직이고 지탱해보려 한다는 인상이 강하다. 논리적으로 안정된 설명이나 전제 없이도 말이다. 즉 <누에치던 방>이 복잡하고 무겁게 경험된다면 그건 단지 영화의 난해한 형식 때문은 아닌 것 같다. 자기기만과 자기혐오, 냉소와 무력감뿐만 아니라 자기반성과 생에 대한 애정, 자기연민과 희망까지 한데 뒤섞으며 어떻게든 앞으로 나아가보려는 영화의 애타는 시도가 이 세계를 힘겹고 무겁게 만드는 것이다.

남다은 /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