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의 우리

서울독립영화제2017 (제43회)

경쟁단편

김혜진 | 2017 | Fiction | Color | MOV| 28min 8sec (E) | 독립스타상-문혜인

SYNOPSIS

프랑스로의 여행을 꿈꾸며 하루 하루를 버텨내는 나레이터 모델 진주. 어느 날 동생 진실이 한 아이의 팔을 다치게 했다는 전화를 받게 된다. 무시하고 싶지만 자신 말고는 누구도 책임질 수 없는 상황에서 진주는 그 아이를 만나러 간다.

DIRECTING INTENTION

눈을 바로 뜨기도 힘든 밝은 한낮, 그 한복판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어쩌면 같이 춤추는 것뿐.

FESTIVAL & AWARDS

2017 제18회 전주국제영화제
2017 제08회 부산평화영화제 너도나도 어깨동무상
2017 제22회 인디포럼
2017 제19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아시아단편경선 우수상
2017 제18회 제주여성영화제
2017 제08회 광주여성영화제

DIRECTOR
김혜진

김혜진

2012 <두 켤레>

 

STAFF

연출 김혜진
제작 김혜진
각본 김혜진
촬영 이충희
편집 김혜진
음악 황혜경
출연 문혜인, 강다연

PROGRAM NOTE

한낮의 도시, 울려퍼지는 음악, 너울대는 광고 인형 옆에서 행사도우미로 일하며 춤추는 진주. 구름이 얕게 낀 하늘, 멀리 가로질러 날아가는 비행기. 이 짧은 인트로로 우리는 진주의 현실과 그녀가 꾸는 꿈을 잠시 엿보게 된다. 춤추는 것이 꿈이었던 진주는 생계를 위해 나레이터 모델 일을 하고, 술에 취해 사는 무능력한 아버지와 걸핏하면 사고를 치는 동생 진실을 지긋지긋한 짐짝처럼 여긴다. 그녀가 고단하고, 남루한 현실을 견디는 유일한 희망은 프랑스로 떠나는 여행. 그러던 어느날 진실이 한 아이의 팔을 다치게 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외면하고 싶지만 자신이 아니면 누구도 책임 질 수 없는 상황에서 팔이 부러진 아이를 만나러 간다. <한낮의 우리> 속 인물들은 서로에게 어깨를 내밀어 따뜻함을 전하기에는 각자 삶의 무게로 지쳐있어 오히려 서로에게 상처를 준다. 그러나 여기에 뜨겁지 않지만 미미하게 마음을 데우는 온기들이 있다. 돌아서는 어깨를 붙잡으며 푼돈을 찔러넣어주는 손과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며 기댄 등에서 전해지는 체온, 즉석밥과 김치찌개로 차려낸 밥상의 온도. 우리의 삶을 지탱하는 것은 어쩌면 이런 미약한 온기들인지도 모른다. 이 영화 속에서 배우 문혜인의 매력은 돋보인다. 그녀의 무표정한 얼굴의 서늘함 아래 일렁대고 있는 뜨거움 때문에 그녀의 얼굴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감정의 격랑에 휩싸이게 된다. 오랫동안 꿈꿔왔던 것을 또다시 포기하고, 외면하고 싶었던 것을 책임지게 되는 진주의 상황과 그 선택으로 만나게 된 아이와 주고받는 작은 위로의 순간까지, 주인공의 마음을 조용히 들여다보게 하는 연출력도 빛난다. 빛이 밝은 한낮에 그림자는 더욱 어둡지만, 그때의 빛으로 대기는 온기를 품게 된다. 각각 섬처럼 떨어져 있던 그들이 만나 건네는 춤의 인사를 보는 순간 떠오르는 어떤 시구 하나.
‘춤추는 언니들, 추는 수밖에’

안소현 / 서울독립영화제2017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