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의 왕
서울독립영화제2017 (제43회)
선택장편
임정환 | 2017 | Fiction | Color | DCP | 118min 14sec World Premiere | 집행위원회특별상
SYNOPSIS
영화를 공부했던 유진은 오래된 친구를 만나러 폴란드에 왔다. 영화를 공부했던 동철도 오래된 친구를 만나러 우크라이나에 왔다. 그들은 홀로 유럽을 여행하다가 각자의 도시에 머무르게 되었고, 며칠 뒤 그곳에 오기로 했다는 각자의 대상을 기다린다. 기다림의 며칠간, 유진과 동철은 도시를 여행하며 낯선 거리와 뜻밖의 사람, 오래된 예술품들을 만난다. 그들이 바라보는 도시는 전혀 다른 곳이지만, 그들의 시선은 종종 겹쳐져 보인다.
때때로 그들은 각자 만들고 싶은 영화를 상상하며 글을 쓴다. 유진의 이야기에서는 남자배우(동철)가, 동철의 이야기에서는 여자배우(유진)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그들의 이야기에는 시베리아에서 건너왔다는 고려인 유령도 나온다. 그사이 그들이 기다리던 대상은 점점 폴란드로, 우크라이나로 가까워져 오고 있다. 그런데 영화 속의 유진과 동철에게는 그 사실이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DIRECTING INTENTION
낯선 길에서 살아가고 있는 오래된 친구들을 생각하며, 우리의 마음이 우리의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좋은 사람을 만났던 기억, 좋은 영화를 만났던 기억을 담고 싶었습니다.
FESTIVAL & AWARDS
World Premiere
DIRECTOR

임정환
2012 <밤이 지나간다>
2014 <라오스>
STAFF
연출 임정환
제작 박진수, 임정환
각본 임정환
촬영 정기욱
편집 임정환
조명 정기욱
스크립터 이유진
동시녹음 임철
현장진행 박진수, 정혁기
출연 김새벽, 조현철, 이유진, 정혁기, 박진수, 임철
PROGRAM NOTE
이 영화는 자신을 설명하려는 어떤 시도도 우스꽝스럽게 만들어 버린다. 이 영화에서 비교적 분명해 보이는 건 ‘폴란드와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여자와 남자가 있다’는 사실 뿐이다. 영화 속 인물들은 서로 알면서도 모른 체 하거나 낯설지만 아는 체 하는 것처럼 보이고, 귀여운 환대와 폭력적이고 간교한 공격 속에서, 국제적인 범죄와 짓궂고 과감한 장난 사이에 놓이며 외국이므로 가능한 풍경과 한국이어도 상관없는 상황을 오간다. 같은 얼굴로 다른 인물인 것처럼 굴고, 있었던 일을 없었던 일이라고 말하는데, 이것이 우리를 놀리는 영화의 속셈인지, 효율적이고 재기발랄한 영화의 전략인지 뭐라고 확언하기가 힘들다. 그러니 누군가 <국경의 왕>을 두고 영화라는 무게를 회피하려는 의미 없는 말장난, 자아도취적이고 유아적인 놀이라고 말한다 해도 이해하지 못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같은 맥락에서 이 영화만의 활기와 유머와 개성을 한껏 즐길 수도 있다. 무거움과 가벼움의 경계를 무화하는 괴이하고 거침없는 농담들, 화면을 불현듯 정지시키고 밀도를 바꿔버리는 표정들, 무엇보다도 대사, 행동, 설정의 어색함과 엉뚱함을 친밀함으로 감싸 안는 그들만의 끈끈한 영화 공동체. 임정환의 전작 <라오스>에 이어 타지에서 오랜 ‘친구’들이 함께 만들어낸 이 세계는 그들 특유의 나른함과 독특한 유머 감각과 느닷없는 대범함으로 우리의 호기심을 건드린다.
남다은 / 서울독립영화제2017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