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꽃
서울독립영화제2017 (제43회)
특별장편
오정훈 | 2017 | Documentary | Color | DCP | 80min (E)
SYNOPSIS
농부가 땅을 간다. 물이 흐른다. 벼가 자란다. 논으로 가는 벼는 바람과 비, 햇빛을 받고 자란다. 생명을 품는다. 벼가 익는다. 잘려나간다. 겨울을 건너 다시 생명을 틔운다. 경기도 파주에서 친환경 농사를 짓고 있는 농부(이원경)는 벼와 함께 바쁜 일상을 보낸다. 작은 볍씨가 ‘모’가 되어 흙, 햇빛, 바람, 물을 만나 벼가 된다. 벼농사의 사계절이 펼쳐지면서, 벼의 생태적 변화와 농민들이 가지는 현실적 문제들이 드러난다.
DIRECTING INTENTION
이 다큐멘터리는 어느 농부가 짓는 친환경 벼농사 과정과 벼의 순환을 담고자 한다. 작품에서 집중하고 싶은 부분은 하늘과 땅이 어우러져 만들어지는 벼의 일생과 쌀에 대해 깊게 살펴보고자 한다. 또한 쌀 한 톨에서 발견될 수 있는 농부의 손길과 땀을 다시금 발견하고자 한다.
FESTIVAL & AWARDS
2017 제09회 DMZ국제다큐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 관객상
DIRECTOR

오정훈
2011 <새로운 학교>
2012 <나는 노래하고 싶어>
STAFF
연출 오정훈
제작 오정훈
촬영 오정훈
편집 오정훈
사운드 표용수
PROGRAM NOTE
벼의 낱알이 자라서 수확을 거쳐 다시 낱알로 돌아가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필요할까. <벼꽃>은 친환경 벼농사를 짓는 농부가 볍씨를 심어 수확하는 과정에 대한 시간적 체험으로 이루어진 영화다. 매 순간 자연의 보살핌과 인간의 손길로 수확을 향해가는 벼가 자라는 시간을 감독은 꼼꼼하게 과정들을 복기하며 함께 한다. 벼농사의 과정에서 오로지 행위와 시간에만 집중하면서, <벼꽃>은 대량생산이 아닌 인간의 노동으로 일구어낸 특별한 가치에 방점을 찍는다. 반복되는 일과, 고단한 노동을 배반하지 않고 충실히 자라는 벼를 바라보는 농부와 감독의 애틋한 시선은 소소하지만 위대한 과정을 향해 있다.
영화 후반부 수확한 볏 다발을 둘러매고 서울 시내 한복판을 걷는 농부들의 뒷모습, 생명을 이어갈 흙이 아닌 콘크리트 바닥에 떨어진 낱알은 속도 경쟁 속에서 더 이상 존중받지 못하는 노동의 가치에 대해 숙고하게 한다. 수확 이후, 농촌의 들녘과 휘황한 도시의 풍경을 이어주는 끈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지만, 농부의 일과는 계속된다. 혹독한 겨울을 건너는 농부들의 시간은 어쩔 수 없이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의 시간과 연결되어 있다. 노동의 가치를 영화 속 시간으로 재현하는 <벼꽃>은 우리가 서 있는 곳, 지켜야만 하는 근본적 삶에 대한 믿음을 설파하고 있다.
최은영 /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