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퀴엠: J를 위하여

서울독립영화제2017 (제43회)

해외초청

보얀 불레티치 | Serbia, Bulgaria, Macedonia, Russia, France | 2017 | Fiction | Color | DCP | 94min (KN, E)

SYNOPSIS

J는 남편의 기일에 자살하기로 결심한다. 죽음에 앞서 그녀는 옛 직장을 찾아 퇴직금을 수령하고, 보험금을 받는 등의 일을 처리하려 한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 하나, 지난 20년간 J의 고용사실을 증명할 서류가 필요하다. 체제전환기의 국가에서 이는 매우 복잡한 일이다. 그러나 과도기를 산다는 것, 그리고 죽는다는 것은 훨씬 더 복잡한 일이 아닌가.

DIRECTING INTENTION

이 영화는 동유럽에서 피할 수 없는 주제들 중 하나-체제전환과 경제위기-를 다루고 있다. 새로운 체제가 사회주의를 대체하면서 가치체계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으며, 이는 영화에서 보듯 정체성의 위기로 이어진다. <레퀴엠: J를 위하여>는 사회변화에 관한 이야기임과 동시에 열심히 생을 살아냈지만 과도기에 적응하길 실패한 사람들에 관한 블랙코미디다. 전후시대를 지나 경제적·도덕적으로 황폐해진 세르비아에서 이들에겐 희망이 없다. 혼란스럽고 지친 이들이 구원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는 유일한 전환이란 ‘다른 세상’으로의 그것뿐이다. 그러나 관료주의와 부패는 삶뿐 아니라 죽음까지도 어렵게 만든다.
경제위기에 영향 받은 다른 국가를 배경으로 J의 운명을 쉽게 상상할 수 있듯, 이 주제 역시 보편적이다. 이 보편성이 영화에 더 넓은 관점을 더해주지 않을까 한다.

FESTIVAL & AWARDS

2017 제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
2017 제39회 모스크바국제영화제
2017 제52회 카를로비바리국제영화제
2017 제58회 데살로니키국제영화제

DIRECTOR
보얀 불레티치

보얀 불레티치

2004 < Tapestry in Serbo-Croatian >

2006 < My Heart and I >

2011 < Practical Guide to Belgrade with Singing and Crying >

STAFF

연출 Bojan Vuletic
제작 Nenad Dukić, Pavlina Jeleva, Tomi Salkovski
제작 Miroslav Mogorović
공동제작 Alexander Rodnyansky
편집 Vladimir Pavlovski
촬영 Jelena Stanković
음향 Boris Trayanov
녹음 Alexander Bachvarov
프로덕션 디자인 Zorana Petrov
분장/헤어 Jasmina Mina Lilić
의상 Lana Pavlović
출연 Mirjana Karanović, Jovana Gavrilović

PROGRAM NOTE

J는 남편의 기일에 자살하기로 결심한다. 죽음에 앞서 J는 자기에게 주어진 모든 의무를 다하고, 삶을 정리하려 한다. 그녀는 싱크대 가득 쌓인 설거지거리를 처리하고, 일 층에 사는 이웃에게 빌린 의자를 돌려주는 아주 사소한 일에서부터 묘비에 얼굴을 새겨 줄 석공을 찾거나 출생증명서의 이름에 난 오타를 수정하는 등의 무거운 일까지 처리할 작정이지만, 이 모든 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난 20년간 그녀의 고용 사실을 증명할 서류가 필수적이다. 요식절차에 집착하는 나태한 공무원, 비효율적인 체계가 만연한 동구권의 국가에서 이 서류 한 장을 손에 넣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개인의 삶과 노동의 역사를 증명해 줄 이 서류가 다만 J의 죽음을 위한 것임을 때때로 상기시키며, <레퀴엠: J를 위하여>는 과도기를 살아내는 일, 마침내 죽을 수 있게 되는 일이 개인에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보여준다. 남편을 잃은 후 홀로 자신의 존재를 주장하려는 J의 몸부림은 몬테네그로, 코소보 등의 분리 독립을 거치며 국제사회에서 새로운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세르비아의 포지션과도 닮아있다. 삶의 마지막조차 스스로 결정할 수 없는 극도의 절망과 세르비아 관료주의의 우스꽝스러움을 절묘하게 기워 엮음으로써 진지한 주제의식에 웃음을 더한 발군의 블랙 코미디.

길선영 / 미국 연예산업전문지 버라이어티 영화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