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아래로의 기억

서울독립영화제2018 (제44회)

경쟁단편

조희영 | 2018 | Fiction | Color | MOV | 23min 46sec

SYNOPSIS

이유경이라는 여자가 빈 가방들을 들고 한국에 귀국한다. 언니 집에 두고 간 자기 짐을 정리하다가 담뱃갑 종이 뭉치를 책 속에서 발견한다. 아무리 봐도 어디서 난 건지 기억이 나지 않아 복잡하다. 비가 내리고 그치기를 반복하는 날, 오랜 친구 성현을 찾아가 묻는다.

DIRECTING INTENTION

기억에 대해 불완전함의 태도를 부여하고 싶었습니다.

FESTIVAL & AWARDS

World Premiere

DIRECTOR
조희영

조희영

 

STAFF

연출 조희영
조연출 이혜성
제작 정광은
각본 조희영
촬영 이진근
편집 손연지
조명 김희태
음악 최상민
촬영조수 김태양
믹싱 이제한
동시녹음 김서원
출연 김예은, 하성국, 문혜인, 고유준, 오동민, 박예주

PROGRAM NOTE

조희영 감독의 <기억 아래로의 기억>에는 주인 없는 물건들과 출처 모를 말과 이미지들이 자주 출몰한다. 미대 졸업 후 유학 중 오랜만에 귀국한 유경은 최근 반지하 작업실로 이사한 동기 성현을 찾아 의문의 봉투를 내밀며 누구 것인지 아느냐 묻지만 별 답을 얻지 못한다. 잠시후 우연히 마주친 다른 동기 은주가 유경의 옛 연인이었던 석영의 수집품 같다고 하여 유경은 곧이어 석영과 재회하지만, 정작 석영은 자신이 준 적이 없으니 자기 것이라 할 수 없다고 하고, 돌연 유경은 성현에게 대신 가지라며 모든 걸 건넨 뒤 그곳을 떠난다. 그런 유경에게 성현은 어디서 났는지 모르는 우산을 굳이 쥐어 보낸다. 그 사이사이로 작업실의 금 간 유리창, 영화의 서사를 중단시키며 순간적으로 장면을 점령해버리는 낯선 취객, 작가의 시선을 거의 무화 직전까지 밀어붙인 초저화질 사진 작품 등이 간간히 끼어들며 그들의 존재와 자리를 위협 한다. 가진 것도 이름도 없는 이 젊은 예술가들은 그렇게 어느 물건 하나, 장소 하나, 장면 하나도 편안하고 온전하게 누리지 못한 채 무심한 시간의 흐름에 떠밀려가는 듯 보인다. 누군가를 사랑했던 기억, 누군가에게 사랑 받았던 기억이 되살아나도 쉽사리 그 기억에 대한 주권을 주장할 수 있을 리 없다. 하지만 실은 누구도 기억의 주체일 수 없으며 기억의 주관자는 시간일 뿐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시간의 작용 아래 이리저리 옮겨지는 사물들의 흔적을 통해 기억의 정체를 어렴풋이나마 어루만지게 해주는 것도 같다.

이후경 / 서울독립영화제2018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