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
서울독립영화제2018 (제44회)
경쟁단편
손지수 | 2018| Fiction| Color | DCP| 14min 24sec (E)
SYNOPSIS
여느 때와 같은 아침, 아들과 남편의 등교 출근 준비를 마친 엄마는 집에 홀로 남게 된다.
지겨운 집안일을 하며 쳇 바퀴 같은 시간을 보내는데, 말썽이던 베란다 문이 굳게 잠겨버렸다.
그리고 그 안에 갇혀 버린 엄마.
엄마는 하루를 꼬박 베란다 안에서 보내게 된다.
DIRECTING INTENTION
만약에 엄마가 혼자 있는데 베란다에 갇힌다면…?
엄마들은 철장 속 새 처럼 좁은 공간에 갇혀 산다. 그리고 그 좁은 공간 속에서 끊임없이 나오는 집안일들은 ‘나’가 아닌 ‘주부’라는 역할에 취해버리기 딱 좋은 약물이다.
더 좁은 공간으로 밀어 넣어보자.
이 이야기는 ‘자신만이 있는 공간의 엄마가 과연 어떻게 시간을 보낼까' 하는 상상에서 시작되었다.
FESTIVAL & AWARDS
2018 제2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2018 제1회 제주혼듸독립영화제
2018 제9회 광주여성영화제
2018 제18회 대한민국청소년영화제
DIRECTOR

손지수
STAFF
연출 손지수
제작 손지수
각본 손지수
촬영 박종화
편집 손지수
조명 김무규
음악 장준구(루크사운드)
미술 박세혁
출연 김금순, 이정철, 이강한
PROGRAM NOTE
손지수 감독의 <베란다>는 제목이 지시하는 바대로 공간을 요체로 하는 영화다. 인물로 모든 감정을 이해시키는 영화가 있고 사건을 통해 모든 일을 이끌어나가는 영화가 있고 공간으로 모든 상황을 설득시키는 영화가 있다면, 이 영화는 마지막 부류에 해당할 것이다. 평범한 중형 아파트에 살고 있는 주부인 주인공은 남편과 아들을 위해 매일같이 헌신하지만 어떤 심정적 보답조차 받지 못한다. 그러다 어느 무더운 여름날, 그는 평소에도 툭하면 잠기던 베란다 문을 깜빡 하고 닫아버린 탓에 종일 베란다에 꼼짝없이 갇힌 신세가 된다. 저녁이 되어 귀가한 남편과 아들은 뒤늦게 상황을 파악하고 문을 열어주지만, 그의 안위를 걱정하기보다 핀잔과 불평부터 늘어놓는다. 그런데 그 순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진다. 그가 별로 길게 고민도 하지 않고 곧장 장 가방 하나만 집어 든 채 집을 나서는 것이다. 심지어 그렇게 다시는 집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만 같이 가벼운 발걸음으로 아파트 단지를 빠져나간다. 아마도 이 마지막 해방의 씬이 있기 위해 이전까지의 감금의 씬이 있어야 했을 것이다. 베란다는 가족 구성원 중 주부가 주로 사용하는 가정생활의 공간이자 가사노동의 공간으로, 구조적으로는 집 외부를 향해 환히 열려 있지만 의미적으로는 집 내부 안에 철저히 갇혀 있는, 개방 감옥이다. 이런 공간적 성격을 한쪽 끝으로 완전히 밀어붙였다가 다른 쪽 끝으로 활짝 열어젖히는 힘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이후경 / 서울독립영화제2018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