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서울독립영화제2018 (제44회)
경쟁부문 장편
박주환 | 2018 | Documentary | Color | MOV | 114min (K) | 최우수장편상
SYNOPSIS
2009년 내가 다니던 상지대는 사학비리 구재단이 복귀할 수 있다는 소식에 투쟁의 불씨가 살아나고 있었다. 그 문제에 관심이 없었던 나는 휴학을 했다. 2010년 사학분쟁조종위원회는 우리대학 이사회에 비리로 퇴출된 구재단을 복귀시키기로 결정한다. 유튜브를 통해 그 결정에 분노하며 울부짖는 한 학우를 보았다. 만난 적은 없지만 나와 같은 학번 승현이었다. 구재단 김문기 전 이사장을 완전히 몰아내야 한다는 생각보다 그와 함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후 나는 투쟁의 중심에 있었고 졸업생의 신분이 되었지만 학교를 떠날 수 없었다.
DIRECTING INTENTION
하나의 사건은 많은 사람들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기도 한다. 평범하게 살아갔던 사람들이 정권 결정에 불복종하며 투쟁을 이어가는 이유는 거창한 이념보단 상식적이고 양심적인 공동체를 만들기 위함이었다.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개인이 감당하기 벅찬 상황을 마주하며 견딘다. 또래들과 다른 20대를 보냈던 청춘들에게는 사람들의 신뢰와 책임감이라는 이유가 있었다.
2009년 우연히 시작한 기록이 10년이란 시간 동안 지속될 수 있었던 것도 마찬가지다. 영화를 만들어야겠다는 목적보단 투쟁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은 마음에 촬영을 이어갔다. 인생 곳곳에서 만나는 전환점들은 어쩌면 만나는 사람들에게 영향 받으면서 삶을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세상으로 이끈다.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고 이전과 다른 정책을 펼치면서 한 대학에서 일어났던 사건을 통해 한국사회 10년을 돌아보는 질문을 던지고 싶다. 국가권력뿐만 아니라 곳곳에서 권력을 쥐고 있던 이들이 어떤 태도였는지를 보여주고 싶다. 각자에 위치에서 부당한 권력에 맞서 싸운 이들이 2016년 촛불혁명의 시작이었다.
FESTIVAL & AWARDS
2018 제18회 인디다큐페스티발
DIRECTOR

박주환
2015 <미디어로 행동하라! in 밀양>
STAFF
연출 박주환
제작 김성환
촬영 박주환
편집 박주환
출연 이승현, 윤명식, 전종완
PROGRAM NOTE
사학비리로 쫓겨났던 구재단의 일원들이 학교로 돌아온다.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라 믿는 학생들은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의 퇴행적인 결정에 반발해 그들의 퇴출 운동을 시작했고, 그것은 이후 10년에 걸친 기나긴 싸움의 시작이 된다. 박주환 감독의 <졸업>은 ‘사학비리’의 대명사 격이었던 상지대학의 지난 10년에 걸친 민주화 투쟁의 과정을 담은 작품이다. 영화는 ‘자신들을 지켜봐 온 학생들이 무서워’ 학교를 떠나지 못하고 이 지난한 싸움을 이어온 네 사람을 주축으로 그 시간과 순간들, 그리고 마침내 그들이 학교를 떠날 수 있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묵묵히 담고 있다. 그들은 어떻게 이미 스승이기를 포기한 자들로부터 쏟아지는 모욕과 폭력 속에서도 떠나지 못하고, 혹은 다시 돌아와 10년의 시간 동안 싸움을 이어갈 수 있었을까. 그저 학교를 지키기 위해 투쟁에 뛰어든 네 사람이 그랬듯, 감독 역시 그들의 곁에서 함께 하기 위해 학교로 돌아와 카메라를 들었다. 하지만 거대한 벽처럼 오만하고 위악적인 재단 측에 맞서 절규하고 쏟아내고 누군가를 위해 무릎을 꿇는 그들의 모습은 어쩌면 잊고 있었을지도 모를 희생과 헌신, 정의와 연대의 의미를 새삼 떠올리게 한다. 영화는 귀와 입을 닫은 오만한 권력 자들의 얼굴에서, 외부 환경에 따라 빠르게 변화하는 내부 상황에서, 정치인들의 모습에서 이것이 단지한 사학이 겪었던 시간뿐 아니라 지난 10년간 한국 사회가 보냈던 시간임을 보여준 다. 학교라는 사회 한 켠의 작은 공동체에서 겪었던 시간은 그렇게 한국 사회를 관통해온 시간으로 확장된다. 그리고 절망 속에서도 연대와 신뢰를 잃지 않는 서로에 대한 믿음은 여전히 유효하다. 지난겨울, 광장에서 우리가 모두 그러했듯이.
모은영 / 서울독립영화제2018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