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자
서울독립영화제2018 (제44회)
선택단편
이한 | 2018 | Fiction | Color | DCP | 16min 36sec
SYNOPSIS
대한민국을 덮쳐버린 미세먼지와 모래바람 때문에 남매인 지선과 정환은 집 안에서만 생활하게 된다. 그런데 어느 날부턴가 지선은 창문 아래서 거지 한 명이 자신의 집을 보고 있단 걸 알게 된다. 하지만 항상 지선에게만 발견됐기 때문에 정환은 이를 믿지 않는다.
지선의 공포심은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강박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 정환은 이런 지선이 미쳐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DIRECTING INTENTION
언젠가부터 우리나라가 뿌옇게 변했다. 중국에서 불어오는 미세먼지는 우리들 마음속에 걱정과 공포감으로 자리 잡았다.
만약 가까운 미래에 미세먼지가 급증하여 일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순간이 온다면 어떨까 생각했다. 사람들은 방독면을 쓰고 다니고, 집 안은 미세먼지를 완벽하게 차단하기 위해 각종 문과 창문을 막는다. 자연스럽게 사람들은 교류가 줄어들고 대화가 사라진다.
그런 상황에 낯선 사람 한 명이 나타난다면 쌓여있던 공포감은 폭발할 것 같았다. 나는 그 순간의 공포를 모두 잡아내고 싶었다.
FESTIVAL & AWARDS
World Premiere
DIRECTOR

이한
STAFF
연출 이한
제작 장정희
각본 이한
촬영 최영우
편집 이한
조명 김태우
음악 김민식
미술 이민지
출연 배영지, 김현우, 김해준
PROGRAM NOTE
미세먼지와 모래바람이 지배하는 도시에서 남매는 집안에서만 생활하고 있다. 외부의 위협적인 공기를 막기 위해 남매가 의존하는 것은 얇디얇은 비닐막 뿐이다. 실내에서조차 그들은 간혹 방독면을 쓰고 살아가야 한다. 고립된 어두운 실내는 작은 움직임에도 모조리 불안하다. 깨어지는 달걀, 정적을 깨는 벽시계, 사각거리며 벗겨지는 양파 껍질에조차 불안과 공포가 서려 있다. 여기에 여성인 지선은 폭력의 기억을 갖고 더욱 불안한 시간을 마주하고 있다. 현재를 엄습하는 예감에 지선이 기댈 수 있는 것은 쉽게 부서져 버릴 안전 고리에 불과하다. 영화의 배경은 인천경제자유구역으로 설정되어 있다. 실제 중국으로부터 불어오는 미세먼지가 가장 먼저 도착하는 땅이기도 하다. 하지만 영화는 이러한 리얼리티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무미래 도시에 대한 SF적 디스토피아를 묘사하고 있다. 국가도 사회도 가족도 위험으로부터 개인을 구원해 주지 못하는 상황, 미세먼지 경보에 활동이 위축되고 여성에게 가해지는 폭력에 경고음이 잦아지는 현실 사회에 대한 영화적 상상이다. 비록 성인이지만 고립된 남매, 정체모를 외부자라는 설정은 다소 전형적이지만, 한편으로는 원형적이다.
김동현 / 서울독립영화제2018 집행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