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탄생

서울독립영화제2018 (제44회)

선택단편

유재선 | 2018 | Fiction | Color | MOV | 15min 56sec (E)

SYNOPSIS

두 사람이 집에 들어선다. 이사를 앞두고 집을 둘러보러 왔지만 어쩐지 말이 없는 두 사람. 바깥은 여전히 소란스럽다.

DIRECTING INTENTION

한 공간 안에서, 혹은 같은 시간 속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FESTIVAL & AWARDS

World Premiere

DIRECTOR
유재선

유재선

 

STAFF

연출 유재선
제작 홍인표
각본 유재선
촬영 오준호
편집 유재선
조명 오준호
음악 박영호, 김해송
번역 남보람
출연 김유경, 도윤

PROGRAM NOTE

젊은 남녀가 사글셋방을 보러 온다. 함께 살 곳 같은데 표정은 좋지 않다. 퀴퀴한 냄새가 화면 밖으로 흘러나올 듯하고 화장실로 향하는 통로는 왜 이렇게 좁아! 건장한 남자의 어깨가 걸릴 정도다. 이들이 살기에 녹록하지 않아 보인다. 여자는 묻는다. “이 동네에 젊은 사람이 우리뿐인 거야?” 남자는 답한다. “잘살아 보자” 여자는 체념한 듯한 목소리로 건넨다. “그래” 때마침 주문한 중국집에서 식사가 배달된다. “미안해” 사과의 말을 전하는 남자의 사정으로 추측하건대 이들에게 사글셋방은 제일 나은 선택이 아닌 듯하다. 좁은 문틈으로 뜨는 제목 ‘생활의 탄생’처럼 젊은 남녀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삶의 협소한 조건을 받아들여야 하는 처지다. 이들이 대화를 나누면서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식사 주문이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살기 위해서는 먹어야 한다. 먹어야 힘도 내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에 더 좋은 조건의 집으로 옮길 수 있다. 현실을 받아들이고 더 나아가 이를 긍정하는 태도는 이들의 장래를 밝게 비추는 불씨의 역할을할 수 있다. 응원처럼 창문의 좁은 틈 사이로 ‘밀월의 사건’, ‘봄사건’, 청춘계급’과 같은 오래 됐지만, 흥겨운 옛날 가요가 흘러 들어온다. 인생 선배들도 좁아터진 사회적 조건을 통과했듯 지금의 청춘도 이겨낼 수 있을 거란 긍정의 분위기가 감지된다. 좁은 현실로 들어왔지만, 그틈 사이로 아름다운 꽃의 미래를 열 수 있을 거란 기대가 이들의 식사 장면에서 피어 오른다.

허남웅 / 서울독립영화제2018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