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서울독립영화제2018 (제44회)
선택단편
양진원 | 2018| Fiction | Color | DCP | 27min 43sec
SYNOPSIS
도벽증세가 있는 중학생 성진은 홀로 할아버지 장례식장에 다녀온다. 할아버지가 죽었지만, 성진에게 아버지는 바뀐 게 없는 것처럼 보인다. 아버지인 진호는 그런 아들과의 거리를 어찌할까 고민하나, 결국 좁혀지지 못할 것을 알고 체념한다.
DIRECTING INTENTION
한국에서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생각해봤다.
FESTIVAL & AWARDS
World Premiere
DIRECTOR

양진원
STAFF
연출 양진원
조연출 조신익
연출부 김성현, 이교범, 김은비
프로듀서 탁윤환
제작부 전고은, 김강희
각본 양진원, 안태현
각색 양진원, 안태현
촬영 임근배
조명 임근배
촬영팀 이의인, 황윤선, 이민형
믹싱 홍성준
편집 안태현
동시녹음 최정한
미술 이지원
소품 이지원
의상 이지원
미술팀 권구완
출연 이재희, 유병선
PROGRAM NOTE
틈이 있다. 어떤 틈은 제법 균열이 커서 작게나마 그 너머의 소리도 들리고 언뜻언뜻 빛도 볼수도 있지만 어떤 틈은 실처럼 가늘어 소리도 빛도 느낄 수 없다. 뭔지 모를 것들을 그렇게 놓치고는 얼마쯤 지나가다 나도 모르게 걸음을 멈춘다. 그게 뭐였을까? 자꾸만 뭔가를 본 것만 같은 기분. 그렇게 자꾸만 발길을 잡아끌어 멈칫하고 돌아보게 만드는. 안양은 그런 이야기 다. 돈 문제로 형제들과 사이가 좋지 않은 진호는 아버지 장례식에도 가지 못하고 혼자 국밥 집에서 계반삽시를 한다. 그의 아들들은 어떤가. 도벽이 있는 중학생 성진은 자전거를 훔치고 방치된 애완동물 같은 어린 성우는 배고픔에 지쳐 흐느적거린다. 아비 역할을 하지 못하는 진호의 절망은 두 아들에게 그대로 옮겨져 있다. 두 아들에게 아버지는 ‘임진호 씨발새끼’ 이다. 내면에 잠재된 갈등은 외적으로 충돌하지 않는다. 충돌보다 더 무서운 외면. 성진이 훔친 자전거 주인이라고 자처하는 아이들이 찾아와 수모와 위협을 가할 때 성우는 두려움에 방문을 닫아버리고 안방에서 숨죽이고 있던 진호는 성진이 칼을 들고 아이들을 위협하며 쫓아간 후에야 나온다. 방치된 아이들과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분노와 죄책감뿐인 겁먹은 아버지. 감독은 연민도 동정도 하지 않고 고집스럽고 집요하게 세 부자의 날 것 그대로의 시간을 냉혹한 시선으로 지켜본다. 가난한 아버지는 술기운을 빌려 잠든 척하는 아들 옆에 누워 같이 사진을 찍는다. 그리고 문득 책상 밑에 숨겨둔 돈을 발견하고 잠시 고민하고는 책상 위에 던져 놓고 집을 나간다. 이 엔딩 장면을 처연하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실낱같은 희망을 봤다고 해야 하나?
김중현 / 서울독립영화제2018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