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치 좋은 자리

서울독립영화제2018 (제44회)

선택장편

박중권,임혜령 | 2018 | Fiction | Color | DCP | 72min 4sec (E)

SYNOPSIS

반갑지 않은 비보에 엄마의 유골을 정리하러 고향에 내려온 여자. 윤택하지 않은 생활로 인해 모든 것이 지쳐 보인다.
그렇게 좋은 기억이 없는 유년시절로 인해 오고 싶지 않았던 고향. 거대한 댐 사업으로 인해 어렸을 적 살던 마을은 물속에 잠겨 희미하게 일렁인다.
댐의 수위 조절로 인해 곧 물속에 잠기게 될 엄마의 묘지를 수습해야 하는 여자.
산사람의 자리뿐만 아니라 죽은 자도 자리를 옮겨야 하는 현실에 여자는 엄마의 자리를 정리해야만 한다.

DIRECTING INTENTION

거대한 댐 사업으로 인해 삶의 터전을 떠나고 죽은 자의 자리도 옮겨야만 하는 수몰민들의 모습은 이제 더 이상 특별한 풍경이 아니다.
그리고 그 뒤에 그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세상은 관심이 없었다.
어린 시절 집이 수몰되고 보상금마저 잃게 된 한 가정은 예측할 수 없는 불행의 소용돌이에 휩싸인다. 그 속에서 성장한 주인공은 과거와 현재 어디에도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산사람의 자리와 죽은 자의 자리는 어디이며 그 자리는 누가 정하는 것일까?
잊혀져가는 자리에 익숙해지는 우리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DIRECTOR
박중권

박중권

2017 고리

임혜령

임혜령

STAFF

연출 박중권, 임혜령
조감독 이사라
제작 임혜령, 김태경
각본 박중권, 임혜령
촬영팀 염호왕, 이수광, 손성민
편집 임혜령
조명 박중권
미술 임혜령
출연 임의령, 박순옥, 임준연, 유대영, 이광형, 최아영, 서경순, 김정자, 강효석, 박수우, 문태영, 강영애, 김정자

PROGRAM NOTE

쇼트부터 롱테이크로 시작하는 영화는 어머니의 유해를 들고 느린 걸음으로 고향 마을에 들어서는 여자를 뒤따른다. 생활에 지친 그녀에게 마을은 기억이 통째로 가라앉은 상처의 공간 이다. 수몰 보상금으로 파탄에 이른 아버지와 돌아가신 어머니의 묘지를 가짜 이장해(실제로는 화장한다) 보상금을 아끼려 한다는 몇몇 사실과 사건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전반적으로 산것과 죽은 것 사이에 기이한 정서를 오간다. 마을 초입에서 만난 사람들은 여자의 길잡이가 되지만 마치 유령과도 같다. 버스 정류장에서 오지 않는 딸을 기다리는 노인은 지도에도 없는 지름길을 안내해 준다. 물이 차면 사라질 기억의 길을 여자는 직관적으로 걸어간다. 치매에 걸린 노인은 단박에 유해 상자를 알아보며 계시적인 말을 남긴다. 그렇게 그녀는 마치 다른 ‘계’에 접속하는 듯 물의 자리를 오간다. 영화의 서사는 단출하며 이에 걸맞게 카메라는 불필요한 컷을 최소화한다. 익스트림 롱샷과 클로즈업을 오가며 공간적 풍경을 강조하면서 인물의 내면에 접근한다. 삶과 죽음의 자리를 헤매는 한편의 로드무비로써 수몰 지역은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겨울의 마른 바람소리와 깊은 물의 이미지가 이러한 무드에 배경이 된다.

김동현 / 서울독립영화제2018 집행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