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
서울독립영화제2018 (제44회)
특별장편
김미영 | 2018 | Fiction | Color | DCP | 83min 51sec (E)
SYNOPSIS
하나(20)의 생물학적 아버지인 철웅은 이십대 때 장래가 촉망되던 예술가였다고 하는데 그 이후로 소식이 없다. 하나는 이십대 시절의 철웅의 퍼포먼스 비디오를 보고 난 후 이십년이 지난 지금 그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하다.
철웅(45)은 이십대에 독일로 건너갔다가 세계를 떠돈 후 호주에 정착해서 살고 있다. 지금 그는 오랜 슬럼프를 겪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그에게 뜻밖의 사건 세 가지가 일어난다.
DIRECTING INTENTION
오래 전, 홍대 앞 거리에서 여러 친구들을 알게 되었다. 미술하는 친구들과 음악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그들은 대개 이십대 중후반이었다. 이십 년이 지났다. 그들 중 몇몇은 이름을 얻었고 대다수는 홍대 앞을 떠나면서 연락처도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 연락이 되지 않은 친구들 중에 특별한 기질과 재능이 있던 친구들이 있었다. 생각해보면 당시에도 그들을 이해하기 쉽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도 그들의 작업하는 과정과 작업을 보는 것이 즐거웠고 그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또한 그들의 재능을 재단할 수 없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FESTIVAL & AWARDS
World Premiere
DIRECTOR

김미영
2007 <서늘한 강>
2007 <파인더>
2008 <두 개의 밤>
2010 <내 시절의 모럴>
2015 <일어서는 인간>
STAFF
연출 김미영
제작 이세진
각본 김미영
촬영 김형준
편집 김미영
분장 김진아
의상 류진
호주피디 박호진
녹음 표용수
믹싱 표용수
출연 이기돈, 이유미, 최정인, 김예은, 오희준, 허준석, 장준휘, 박예영, 오창경
PROGRAM NOTE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 / 강물 위에 떨어진 불빛처럼 / 혁혁한 업적을 바라지 말라 / 개가 울고 종이 들리고 달이 떠도 / 너는 조금도 당황하지 말라 / (……) / 너의 꿈이 달의 행로와 비슷한 회전을 하더라도 / 개가 울고 종이 들리고 / 기적 소리가 과연 슬프다 하더라도 /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 / 서둘지 말라 나의 빛이여 / 오오 인생이여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라는 제목을 빌려온 김수영의 시 <봄밤>은 이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바를 압축하고 있는 듯하다. 영화의 주인공은 다큐멘터리 감독인 스무 살 딸과 세계를 떠돌며 공연도 하고 춤도 추고 시도 읽는 예술가로 살아왔던 마흔다섯 살 아버지다. 아버지는 20 년 전 유전자의 절반을 주었을 뿐, 딸의 존재조차 모른다. 딸도 생부가 어떤 인물이었는지 스무 살이 되어서야 알았다. 딸은 아버지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찍기로 하지만, 사실 그건 아버 지를 찾는 딸 자신의 다큐이기도 하다. 영화엔 많은 예술가, 창작자들이 나온다. 예술이 아닌 다른 길을 찾은 이들도 있다. 하지만 무엇을 하건, 그들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속도와 리듬으로, 제각기 무언가를 만들며 살아가고 있다. 그것이 꼭 눈에 보이는 ‘작품’이나 ‘결과’일 필요는 없다. 실패와 성공, 좋고 나쁨의 잣대도 필요치 않다. 내리막길만 걷는 것 같아 애가 타고, 앞이 보이지 않아 당황스럽고 슬프더라도, 서둘지 말고 천천히 그 길을 가라고, 그렇게 슬며시 등을 토닥여 주고, 살며시 손을 잡아 주는 영화다.
김은아 / 서울독립영화제 인디당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