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차의 중력
서울독립영화제2018 (제44회)
특별장편
정성일 | 2018 |Documentary| Color | DCP | 130min (E)
SYNOPSIS
나는 어느 무더운 여름날 오후 임권택 감독님을 찾아뵙고 영화 현장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싶다고 말씀드린다. 허락을 받았지만 기다리던 영화를 감독님은 여러 가지 이유로 차례로 덮는다. 그 사이에 많은 일이 벌어진다. 임권택 감독님은 그저 조용히 다음 영화를 다시 기다린다. 1962년에 첫 번째 영화를 찍고 그런 다음 101편의 영화를 만든 이 한국영화의 대가에게도 다음 영화를 찍는 것은 매번 힘겨운 일이다. 마치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은 것만 같은 시간. 하지만 그러면서 여러 가지 사건이 또 벌어진다. 임권택 감독님은 세상 속에서 중력을 유지하면서 한 그루 나무처럼 거기 머문다. 바람은 쉬지 않고 나무를 흔든다. 해가 바뀌고 계절이 바뀐다. 그런데도 뜨거운 녹차 한 잔을 마시듯이 기다린다. 그런 다음 어느 겨울 일월 일일, 102번째 영화 촬영을 시작한다. 이 영화는 그저 녹차를 마시는 것만 같은 그 기다림의 시간을 함께 하면서 그 곁에 머물며 그 마음을 느껴본다. <녹차의 중력>은 <백두 번째 구름>과 하나의 짝을 이루고 있다.
FESTIVAL & AWARDS
2018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DIRECTOR

정성일
STAFF
연출 정성일
제작 김종원
촬영 양근영
편집 이윤형, 정성일
사운드 이승철
음악 이지연
출연 임권택
PROGRAM NOTE
영화는 임권택 감독의 일대기를 다룬다. 그러나 인물의 전기를 다루는 작품들이 취하는 연도별 업적 나열식의 관습적 방식이 이 영화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영화는 마치 무성영화 자막카 드처럼, 마치 페이스북 카드뉴스처럼, 14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임권택 감독의 계사년 한해를 따라간다. 그리고 그 한 해의 일정 속에서 그의 생애를 입체적이고 다면적으로 담고 있다. 감독의 인터뷰 장면 하나 없이, 자료 화면 하나 없이, 영화는 아들의 육성으로 그의 과거를, 감독의 강연 육성으로 그의 작품을, 아내의 육성으로 그의 개인사를 펼쳐진다. 임권택 감독이 세상과 접속하는 접속 면을 따라 감독의 인생사를 재조립(?)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특히 영화라는 매체가 가지는 다양한 요소들을 동시대적 감각으로 재배치한다.
<녹차의 중력>은 자타공인 비평가 정성일이 감독으로서 임권택 감독을 담은 영화이다. 그렇 다고 임권택 감독을 비평적으로 평가하는 시선은 찾기 힘들다. 그보다는 임권택 감독 앞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잔잔하게 보내는 연서에 가깝다. 정성일 감독은 사실 임권택 감독을 다룬다기보다, 자신의 영화를 임권택 감독의 삶의 호흡과 리듬에 내맡긴다. 말을 시키기 보다 말을 기다리는 방식으로, 영화는 지켜보고 또 지켜본다. <녹차의 중력>이 인간 임권 택을 종적으로 펼쳐낸다면, 후속편 <백두 번째 구름>은 감독 임권택을 횡적으로 파고든다.
이승민 / 서울독립영화제2018 집행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