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치는 땅

서울독립영화제2018 (제44회)

특별장편

임태규 | 2018| Fiction| Color | DCP | 82min 29sec (E)

SYNOPSIS

아픈 역사와 함께 부자 관계의 문제도 반복된다.
문성은 사업상 재정 문제에 빠져있고 아들 도진은 그가 원하는 대로 살기를 거부하기 시작한다. 그는 아버지 광덕이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삼 십여 년 만에 고향 군산을 찾는다. 과거에 광덕은 납북되어 억울하게 간첩으로 몰렸었고, 그 일은 자신뿐만 아니라 그의 가족에게까지 상처로 남겨졌다. 문성은 군산에 머물며 예상치 못한 일들을 겪으며 아버지 광덕의 흔적을 발견하기도 하지만, 광덕의 죽음으로 부자는 또다시 헤어지게 된다. 장례를 치르면서 문성은 소원했던 아들 도진과 시간을 보내지만 거리는 좁혀지지 않는다.

DIRECTING INTENTION

여기 국가폭력의 피해자인 주인공의 아버지가 있다. 피해자는 권력에 대해 취약한 위치에 있었고, 진실과 정의를 향한 피해자의 요구는 짓밟혀 왔다.
주인공은 생존을 위해 최선의 선택을 해야 했고, 그 선택은 이후의 삶을 구속하고 옥죄는, 더러는 살아남기 위해 기억에서 지워버려야 하는 원죄가 된다.
그리고 이제 청년이 된 주인공의 아들의 삶에도 여전히 앞선 세대의 아픔이 찌꺼기처럼 남아있다.
삼대의 이야기를 통해 공적 역사에 가려진 이름 없는 사람들의 생존 이야기를 하려 한다. 과거의 부조리한 삶이 여전히 동시대적인 삶이라는 것은 부인하기 힘들다. 게다가 우리는 국가폭력과 다름없는 구조적 문제를 지닌 재난 참사를 겪었다.
이제 그 아픔의 현장들을 지나 ‘생존’하기 위해 숙명적으로 불편할 수밖에 없었던 아버지와 아들의 화해를 기대해 본다. 자꾸 덮어두려 했던 과거사와 미뤄두었던 관계의 문제를 삼대가 가진 상처를 통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한국 땅 아래 가려져 파도치듯 일렁이는 아픔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 한다.

FESTIVAL & AWARDS

2018 제19회 전주국제영화제
2018 제33회 마르델플라타국제영화제

DIRECTOR
임태규

임태규

2017 <폭력의 씨앗>

 

STAFF

연출 임태규
제작 이형석
각본 임태규
촬영 손진용
편집 임태규
조명 손진용
음악 이재진
미술 이희정
출연 박정학

PROGRAM NOTE

영화 <파도치는 땅>에는 두 개의 패닝 쇼트가 있다. 이 두 쇼트는 쌍을 이룬다. 문성과 도진은 광덕의 고향에 방문한다. 여기서 문성은 이름 모를 할아버지를 만난다. 그리고 그와 대화를 시도한다. 할아버지는 이곳이 어떠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변할 것인지 말한다. 그의 구술이 사운드로 배치되고 카메라는 좌측으로 패닝하여 멀리 떨어진 도진과 군산의 풍경을 비춘다. 반면, 두 번째 패닝 쇼트는 도진에서 시작한다. 카메라는 우측으로 패닝하여 (역시) 그와 거리를 두고 있는 문성을 비춘다. 이상한 점은, 영화는 지속해서 광덕의 공간 위에서 문성과 도진을 재현하고 그들의 정서적 연결성을 이미지화하려 하는데, 그 결과는 감정의 단절이 라는 사실이다. 이 단절의 정체는 무엇일까. 광덕과 문성 그리고 도진 세 인물이 형성하고 있는 감정적 거리감은 도저히 좁혀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한편 영화는 형식적 도전, 보다 자세히 말해 장르의 복합을 시도한다. 광덕은 간첩으로 몰려 장기간의 고문과 옥살이를 경험한 가상의 인물이다. 영화는 그의 죽음 다음으로 (광덕과 같은 이유로) 국가의 폭력을 경험한 실제 인물의 얼굴과 과거 군산의 푸티지를 배치한다. 시간적 충돌을 일으키다 영화는 문성과 도진의 숙소 안으로 이미 세상을 떠난 광덕을 호출하기에 이른다. 이렇게 영화는 감정의 단절로 드러난 회복되지 않는 상처의 근원으로서 국가의 폭력을 지시한다. 그리고 영화는 국가의 폭력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고발하기도 한다(세월호 보도를 바라보고 있는 문성의 모습이 대표적이다). <파도치는 땅>은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처와 트라우마의 고리를 영화적 으로 형상화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임종우 / 한국독립영화협회 비평분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