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선생

서울독립영화제2018 (제44회)

통일기획

김서윤 | 2018 | Fiction | Color | DCP | 23min 40sec

SYNOPSIS

개성공단으로 식자재를 배달하는 성민은 북한 직원 숙희가 듣고 싶어 하는 남한노래를 mp3에 담아 북으로 향한다.

DIRECTING INTENTION

만날 수도 사랑할 수도 없는 남남북녀의 안타까운 상황으로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분단현실이 사실은 어디서도 찾아보기 힘든 비정상적인 상황이라는 것을 깨닫고 싶었다.

FESTIVAL & AWARDS

2018 제12회 상록수다문화국제단편영화제 기술상

DIRECTOR
김서윤

김서윤

2013 <형광팬>

2015 <낯선 봄이 오다>

2017 <꽃을 든 여자>

 

STAFF

연출 김서윤
제작 김준성
각본 김서윤
촬영 민성욱
편집 임신미
조명 민성욱
음악 신은빈, 전지민
미술 김윤지
출연 배유람, 윤혜리, 이한위

PROGRAM NOTE

긴장된 표정의 남자가 검문을 받고 통일대교를 건넌다. 그는 개성공단에 식자재를 납품하러 가는 길이다. 오늘이 첫날이다. 난생처음 북한 땅에 들어가 북한 사람들을 만나는 거다. 적응 하기 힘든 상황이 어색하고 불편할 뿐 아니라,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 두렵기도 하다. 그런데 거기서 해사한 웃음을 짓는 여자를 만났다. 그녀의 이름은 리숙희. 숙희는 식자재 배달 기사 성민을 ‘기사선생’이라 부른다. 성민은 숙희가 단박에 좋아졌지만, 감정을 적극적으로 내보 이기는 힘들다. 그저 숙희가 듣고 싶다던 남쪽의 노래들을 MP3 가득 담을 뿐이다. 하지만 두사람이 이어폰을 나눠 끼고 함께 노래를 듣던 너무도 짧은 시간은 다시 이어지지 못한다. 공단 안의 북쪽 관리자들은 숙희가 성민과 가깝게 지내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고, 공단 밖의 상황도 급박하게 변하기 시작한다.
개성공업지구, 통칭 개성공단. 남북이 합의하여 북측 지역인 개성시에 설치한 최초의 남북 합작 공단. 2003년 착공하여 2005년 업체들이 첫 입주한 뒤, 5만 명이 넘는 북측 노동자들과 800여 명의 남측 노동자들이 이곳에서 일했다. 그러나 2016년 2월, 이곳의 문은 닫혔다. 남측 노동자들은 모두 철수해야 했고, 공단은 폐쇄되어 봉인됐다. <기사선생>은 그곳에서 만난 두남녀의 수줍은 사랑을 그린다. 미처 시작도 해 보지 못하고 끝내야 했던 그들의 사랑은, 오랜 분단으로 인한 남북 갈등의 일면을 보여 준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더 주목하게 되는 것은, 두사람이 주고받는 미세한 감정의 결이다. 말로 표현하지 못하고 공기 중의 가는 떨림처럼 남은 사랑의 감정이 무척이나 섬세하다. 두 사람을 지켜보노라면, 영화 속에 삽입된 노래 ‘사랑이 야기1’의 가사처럼, 눈빛과 손길로 어루만지는 사랑, 영혼과 마음을 모두 담은 사랑, 그 사랑이 결코 지지 않기를 바라게 된다. 개성공단이 폐쇄된 후, 그곳에서 일하던 노동자들, 5만 명이 넘는 그 많은 ‘숙희’들이 오늘도 잘 살아가고 있기를.

김은아/서울독립영화제 인디당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