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나무들
서울독립영화제2020 (제46회)
본선 단편경쟁
이수유 | 2020 | Documentary | Color | DCP | 39min 51sec (E)
SYNOPSIS
나는 엄마의 어린 시절에 대해 묻는다.
한 아이가 자라 아이들을 낳았고 그중 한 아이는 내가 되었다.
DIRECTING INTENTION
몸이 아프고 그전까지의 일상이 중단되면서 세계는 작은 유리돔처럼 닫혔다. 그 안에 유년의 나와 현재의 내가 남았다. 그 사이의 시간들이 원래부터 없었던 것처럼 둘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불안과 기쁨으로 범벅 된 채 눈을 뜨면, 숨 쉬고 움직이는 것들이 아름다워 보였다. 햇볕, 바람, 나무, 강아지, 새 - 나와 함께 계절을 통과하는 것들의 모습을 담고 싶었다.
FESTIVAL & AWARDS
2020 제23회 몬트리올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2020 제20회 전북독립영화제
DIRECTOR

이수유
2011 그대에게 가는 먼 길
STAFF
연출 이수유
제작 원태웅
촬영 이수유, 원태웅
편집 이수유
출연 김혜란, 이수유
PROGRAM NOTE
생의 한 기록이라고 할 수 있을 이수유 감독의 <여름의 나무들>은 삶의 유한성과 찬란함을 동시에 떠올리고 감각하는 담담하고도 맑은 작품이다. 어느 봄, 건강검진을 받은 감독의 몸에서 암세포일 확률이 높은 결절이 발견된다. 그것이 촉발한 감정과 사유가 영화를 채우고 있는데, 그 첫 시작은 흥미롭게도 감독의 어머니가 회상하는 최초의 기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세상에 태어난 후 처음으로 뇌리에 남은 기억, 어머니 자신의 유년기에 대한 이야기 등이 부드럽고 조용한 목소리를 타고 영화의 표면에 불려 나온다. 사이사이 끼어드는 수줍은 웃음소리, 화면을 가득 채운 푸르른 나무, 그 사이로 비치는 햇살 같은 것들이 조화를 이루는 도입부는 마치 이 영화가 자신의 출발로 삼은 첫 기억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누군가의 삶이란 언제나 이토록 길고 끈질기게 이어지는 실타래 같은 시간에 다른 삶과 함께 붙어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영화는 따뜻한 목소리, 일상을 덤덤하게 전하는 자막, 성경에서 가져온 짤막한 인용구, 나무와 구름과 바다, 몸의 단면을 보여 주는 자기공명 영상, 그리고 아마도 감독의 유년기가 담겼을 비디오 영상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단단하고 구체적이며 그렇기에 부서지기 쉬운 몸과 그 몸으로부터 흘러나오는 복잡한 마음, 몸과 마음을 둘러싼 일상의 풍경을 오가는 영화의 호흡은 고요함과 치열함을 함께 지니고 있다. 아마도 그렇기에 후반부에 이르러 사랑, 빛, 희망과 같은 단어들이 더욱 선명하고 따뜻하게 영화를 감싸는 것 같다.
손시내 / 서울독립영화제2020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