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먼 곳
서울독립영화제2020 (제46회)
본선 장편경쟁
박근영 | 2020 | Fiction | Color | DCP | 115min 8sec (E) | 열혈스태프상-촬영 양정훈
SYNOPSIS
거대하고 아름다운 숲이 있는 강원도 화천. 그곳에 어린 딸을 키우며 목장 일을 돕는 진우가 있다. 시를 쓰는 친구 현민이 함께 지내기로 하면서 고요한 날들은 활기를 찾지만, 연락이 끊어졌던 쌍둥이 여동생 은영이 갑자기 나타나면서 균열이 생긴다.
DIRECTING INTENTION
화천에 머물던 시기가 있었다. 풍광이 아름답기도 했지만, 흔히 생각했던 강원도의 풍경과 다르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 평화로운 낙원이 참 낯설다고 생각했다. 이곳은 가깝고 또 몇 번이나 왔던 곳인데, ‘먼 곳’에 대해 생각한다. 낙원으로부터 우리는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을까.
FESTIVAL & AWARDS
2020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
2020 제8회 무주산골영화제
2020 제2회 평창국제평화영화제
2020 제8회 디아스포라영화제
2020 제10회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DIRECTOR

박근영
2018 한강에게
STAFF
연출 박근영
각본 박근영
편집 박근영
제작 박근영, 장우진, 허승
프로듀서 박은성
촬영 양정훈
조명 홍초롱
미술 박혜정
녹음 김기남
조감독 이상혁
출연 강길우, 홍경, 기주봉, 이상희
PROGRAM NOTE
<정말 먼 곳>은 북슬북슬한 양의 털을 아주 가까이 대하며 시작한다. 그런 클로즈업은 영화의 엔딩에서 반복될 뿐, 영화는 대체로 인물에 다가서기보다 조금 떨어져 바라보는 편이다. 한 장면에서 숲을 배경으로 아름드리나무가 섰다. 그 밑으로 주인공 진우가 조그맣게 움직인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지금 보는 건 숲일까, 나무일까. 얼마나 근접해 보면 나무라 하고, 얼마나 떨어져 보면 숲이라고 하는 걸까. 박근영은 쉽게 말로 하지 못하는 것을 이야기하는 감독이다. 그게 <정말 먼 곳>에선 더욱 심해져 말이 독이 된다. 치매에 걸린 할머니는 갑자기 말문이 터진 후 세상을 떠난다. 진우에 대해 수군거리는 마을 사람들은 천국처럼 보였던 데서 벼랑을 마주하게 한다. 진우는 떠도는 말이 싫어 서울을 떠나 화천으로 흘러왔을 것이다. 진우는 시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 현민을 찾아간다. 현민이 “어디 가, 우리?”라고 묻자, 그는 “멀리, 아주 먼 곳.”이라 답한다. 호수 속 아주 작은 섬에 앉은 현민은 “아, 사람이 없어서 좋다.”고 말한다. 박상영의 퀴어 소설이 대중적으로 읽히는 시간이지만, 퀴어는 사전적 의미에서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낯설고 불편해하는 시선 아래, 진우의 일상적 움직임에는 ‘도피’라는 숨은 의도가 따라붙는다. 그의 도피가 평안을 구하려면 그는 계속해서 더 먼 곳으로 움직여야 한다. 정말 먼 곳의 심리적 거리에 대해 나는 알지 못한다. 그의 브로크백마운틴은 마음속에만 존재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용철 /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