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가는 길
서울독립영화제2020 (제46회)
본선 장편경쟁
김정인 | 2020 | Documentary | Color | DCP | 99min 4sec (K) | 특별언급
SYNOPSIS
서울시 강서구에 위치한 공진초등학교는 학생 수 급감으로 문을 닫았다. 이에 서울시 교육청은 2013년 말부터 해당 부지에 장애인특수학교(가칭 ‘서진학교’) 설립을 추진했지만 공사는 만 5년이 다 되도록 시작도 못 했다. 온갖 우여곡절에도 학교는 무사히 개교할 수 있을까?
DIRECTING INTENTION
아이가 내년이면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여전히 부족함투성이, 풋내기 아빠지만 이제 적어도 내 자식이 귀한 만큼 남의 자식도 귀하다는 것 정도는 알게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내가 살아온 세상보다는 단 한 뼘이라도 나은 곳이 되길 바란다. 부끄러운 유산(遺産)만큼은 대물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특수학교 설립을 둘러싼 논란엔 대한민국의 온갖 성장통이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가난을 밀어내기 위해 집요하게 작동했던 차별과 배제는 다시 장애를 향해 날카로운 본심을 드러냈다. 이런저런 이유로 나와 수준이 맞지 않으면 공존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그렇기에 다시 한번 함께 산다는 것의 의미를 되짚어 보고 싶었다.
FESTIVAL & AWARDS
2020 제12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DIRECTOR

김정인
STAFF
연출 김정인
제작 김종기
프로듀서 유지원
촬영 김정인
편집 김정인
음악 정마태
미술 최보람
출연 조부용, 이은자, 정난모, 장민희
PROGRAM NOTE
장애인학교의 설립을 허락해 달라며 무릎을 꿇은 학부모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 한 장은 대한민국을 분노와 뜨거운 논쟁으로 몰아넣게 된다. 영화 <학교 가는 길>은 그 사진의 배경인 강서구 서진학교의 설립 과정을 그리고 있다.
앞서 언급한 사진이 불러온 분노와 논쟁 이면에는 ‘주민들의 반대로 장애인학교의 건립이 지연되고 있다’라고만 설명하기 어려운 복잡한 상황이 있다. 대도시 서울의 물리적 확대 과정에서 해당 지역이 겪어 온 특수한 역사가 있고, 자신의 정치적 야심을 위해 얼토당토않은 이슈를 제기하며 주민 간 분쟁을 키우기만 하는 지역 유력 정치인의 술수까지 더해진다. 도무지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서진학교 설립을 둘러싼 갈등을 침착하게 담아내는 영화 <학교 가는 길>은 이 사건을 둘러싼 인물들과 사건들을 하나도 빠뜨리지 않을 기세로 성실하게 기록하고, 진지하게 접근하며, 이 모든 것들을 합리적으로 연결시키려 한다.
새로운 시도 혹은 재기 발랄한 방식을 내세우기보다는 정공법이라 부를 수 있을 법한 이 영화의 태도와 시선 때문에 얼핏 ‘옛날 다큐’라고 치부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 성실함과 진지함이 ‘옛날 다큐’의 가장 큰 미덕이며, 바로 그게 서진학교를 둘러싼 복잡미묘한 현실을 <학교 가는 길>이 명쾌하게 기록해 낼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일지도 모르겠다.
박광수 / 서울독립영화제2020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