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류자

서울독립영화제2020 (제46회)

새로운선택 단편

전문호 | 2020 | Fiction | Color | DCP | 13min 53sec (KN)

SYNOPSIS

6년 전 관광비자로 한국에 온 중국인 불법체류자 만길은 한국에 온 두 번째 해부터 같은 불법체류자였던 소영과 동거한다. 만길은 소영이 결혼중개소를 통해 한국 남자를 찾아 결혼함으로써 한국의 합법적 영주권을 얻게 된다는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서 듣는다. 만길와 소영이 만난 지 5주년이 되는 날 저녁, 만길은 아들로부터 뜻밖에 걸려 온 전화 한 통으로 아버지의 사망과 아내가 바람을 피웠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갑작스러운 삶의 변고에 어쩔 수 없는 만길이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단 한 가지뿐이다. 만길은 소영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삶을 위해, 각자의 미래를 위해 중요한 선택을 한다.

DIRECTING INTENTION

이국땅에 있는 불법체류자들의 신분은 불법이지만 이런 조건 속에 있는 비주류자들이 어떤 인생을 살게 될지, 그들의 행복과 불행은 무엇일까? 다른 인생을 읽는 과정에서, 자신만의 인생의 참뜻을 깨닫는다.

FESTIVAL & AWARDS

World Premiere

DIRECTOR
전문호

전문호

 

STAFF

연출 전문호
제작 김우석
각본 전문호
편집 전문호
촬영 신범섭
조명 양진석
동시녹음 고수복
색보정 이은혜
출연 곽진, 이영민

PROGRAM NOTE

봉고차 안의 남자는 코로나19 관련 뉴스를 듣고 있다. 강제 추방을 피해 은신하던 중국 동포나 중국인 미등록 노동자들이 감염병 유행을 피해 중국행을 선택하기도 한다는 뉴스에 차 안의 승객들은 시큰둥하다. 남자는 빵집에 들어서고, 집 안의 여자는 분주히 무언가를 찾고 있다. 마침내 여자는 숨겨진 돈 봉투를 찾고, 남자는 집 안으로 들어온다. 식탁에 차려진 요리 너머, 일상의 의식처럼 남자는 씻고, 여자는 남자의 옷을 정리한다. 남자의 지갑에서 가족사진을 보는 순간 일상의 풍경은 다르게 읽힌다. 불이 꺼지고 케이크에 촛불이 밝혀진 순간부터 영화의 조명은 어두워졌지만, 두 사람의 고민과 삶의 무게는 선명해진다.
라디오 뉴스 말고는 한국어가 전혀 들리지 않고, 주인공들이 중국어로만 대화를 하는 것은 이질적이기도 하지만 한국에 체류하는 외국인의 삶을 실감나게 보여 주는 방법으로 너무나 적절하다. 모국어를 쓴다 해도 우리는 오해나 거짓 없이 소통하지는 않는다. 영화의 힘은 자막으로 읽는 각자의 말과 인물들의 얼굴에서 숨기거나 축약한 마음에 집중하게 해 준다.
조선족과 중국인이란 말이 비속어나 혐오의 대상처럼 쓰이는 현재에도 한국계 중국인이나 중국인 이주 노동자들은 한국에서 살아가고 있고, 노동하고, 소비한다. 전 세계의 각 나라에 외국인으로 살고 있는 한국인처럼 원하고 바라는 체류 신분도 다르고, 가능 여부도 개인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누군가는 돌아가기 위해 살고, 누군가는 남기 위해 살아간다. 단순화할 수 없고 일반화할 수 없는 사정과 여러 표정의 가까운 얼굴을 볼 수 있어서, 특히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너무나 중요하고 반가운 영화다.

이원우 / 서울독립영화제2020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