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옷을 입지 않았습니까?
서울독립영화제2020 (제46회)
단편 쇼케이스
백종관 | 2020 | Documentary, Experimental | Color | DCP | 17min 21sec (KN, E)
SYNOPSIS
2019년 11월 16일 저녁, 그들은 파리(Paris) 중심가 일대에서 검은 물결의 시위대 속에 우연히 갇히게 되었다. 2020년 한국에서, 그들은 그 기억을 다시 글로 옮기고, 움직임과 소리를 재배치하여 다른 형태의 시위를 조직했다.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하고, 연기가 피어오른다.
DIRECTING INTENTION
나, 혹은 단순히 연대하는 우리가 아닌 '다른 이가 되는 과정’의 주체들을 감각하는 일이 필요할 때가 있다. 군중의 물결 속에서도 개성을 부여받은 주체들, 그러나 그림자나 메아리 같은 존재들을 상기하는 일. 그 시도 자체를 다시 영상의 형태로 빚어 보고자 했다.
FESTIVAL & AWARDS
2020 제24회 인디포럼
DIRECTOR

백종관
STAFF
연출 백종관
제작 뭎
각본 정지돈
촬영 백종관
편집 백종관
내레이션 카산드라 마토스
거문고 황진아
팝업구조물 무단횡단
큐레이션 김현정
스틸 최연근
출연 강호정, 손민선, 심우섭, 유민수, 조형준, 홍혜진
PROGRAM NOTE
<검은 옷을 입지 않았습니까?>는 2019년 11월 16일 파리에서 열렸던 노란조끼 1주년 기념 시위를 모티프로 하고 있지만, 그날의 모방과 반복 대신 ‘검은 옷을 입은 한 무리의 사람들이 있었다’는 형상적 기억을 느슨한 재현의 장에 풀어놓는다. 시공간의 특정성이 지워진 사람들이 스크린 앞에서 거문고 연주자를 바라보기도 하고, 때로는 공연에 참가하기도 하며, 때로는 무언가를 찾는 듯 빛과 어둠 속을 오간다. 현전하는 사건의 행위자이자 관찰자인 이들의 이미지와 사운드는 끊임없이 중첩되고 간섭되기에 개별 행위의 의미도, 외쳐진 구호의 맥락도 분명하게 파악되지 않는다. 그러나 영화 속 사운드, 이미지와 대조적으로 메시지는 선명하고 단호하다. 이 메시지는 프랑스어 내레이션과 한국어, 영어 자막(텍스트 이미지)을 통해 관객에게 시청각적 주목을 요청한다. 메시지의 전달자는 블랙클래드 유스(Black-Clad Youth)에 대해 들려주는 이야기 전달자이며, 폭력 시위를 공격하는 미디어 담론에 맞선 비평가이며, 자유민주주의 선거제도나 공유경제, SNS와 항공을 통한 교환과 교류를 의심하는 회의론자인 동시에 데드스왑을 주창하는 선동가이다. 이 단호한 목소리는 파리에서 시작해 홍콩으로 이어지지만, 아마도 2020년을 살아가는 다른 곳으로도 확장되어 갈 것이다. 이것은 “오직 특정 순간과 장소에서만 그들(블랙클래드 유스)이 된” 사람들의 이야기지만, 언제고 어디서고 그들이 될 수 있는 조건들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배주연 / 영화 연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