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나라

서울독립영화제2020 (제46회)

단편 쇼케이스

김영글 | 2019 | Experimental | Color+B/W | DCP | 17min 22sec (KN, E)

SYNOPSIS

1904년 10월 12일 서울. 대한매일신보에 건축 기술자 모집 광고가 실렸다. 일본의 한 토목회사가 서울에서 새로운 건물의 시공을 맡았다는 광고였다. 벨기에영사관으로 쓰일 2층짜리 석조 건물이었다. 그런데 광고를 보고 가장 먼저 찾아온 건 한국인도 일본인도 아니었다. 바로 파란 피부의 생명체, 스머프였다. 어떻게 해서 그들이 이역만리 한국까지 와서 영사관 건축에 동원된 걸까?

DIRECTING INTENTION

남서울시립미술관은 과거 벨기에영사관으로 지어졌고 여러 차례 주인이 바뀌다 지금은 미술관이 된 건물이다. 이 영상은 미술관이 있는 사당이라는 공간을 재개발 역사의 틈바구니에 위치한 기묘한 잔재로 바라보면서, 리서치 과정에서 우연히 만난 스머프라는 벨기에 만화 속 캐릭터들을 이야기의 화자로 등장시키는 페이크 다큐멘터리다. 이들은 노동자, 철거촌 주민, 때로는 폭력의 주체 등 다양한 역할로 몸을 바꾸면서 한국 현대사에서 제자리를 박탈당한 이들을 환기시킨다.

FESTIVAL & AWARDS

2020 제20회 서울국제대안영상예술페스티벌 한국구애전 부문 관객구애상

DIRECTOR
김영글

김영글

2016 해마 찾기  

STAFF

연출 김영글
제작 김영글
각본 김영글
촬영 김영글, 박동석
편집 김영글
음악 Gabriele Tassi
한글 내레이션 김영글
불어 내레이션 Claire Wostyn, Olivier Montiege
자막 번역 강민형

PROGRAM NOTE

100여 년 전 벨기에영사관으로 지어졌다가 우여곡절 끝에 시립 남서울미술관이 된 건물, 파란 피부의 귀여운 캐릭터 스머프, 굴곡 많은 한국 현대사 속 무명의 얼굴들, 행복을 찾는 여정을 그린 동화 <파랑새>. 이 모든 것들은 김영글 감독의 <파란 나라>에서 느슨하고 또 능청스럽게, 하나의 그리고 여러 개의 이야기로 엮인다. 이야기를 들려주는 목소리에 따르면, 20세기 초 격동의 국제정치 속에서 벨기에 산악 지대의 소수민족 스머프는 한국으로 흘러들어 와 벨기에영사관이 될 아름다운 건축물을 짓는 현장에서 열심히 일했다. 조그마한 이방인이었기에 어디에도 제대로 기록되지 못한 그들은 이후 급격한 변화를 겪은 한국의 여러 현장에서 노동자로, 철거민으로, 압제자로, 익명의 군중으로 살았다. 만화 속으로 들어가 영생을 누린 이들도 있었지만, 인간들처럼 행복을 찾으려 했던 이들은 잡히지 않는 행복을 찾아 그렇게 역사 속을 떠돌았다. 1980년대, 벨기에영사관은 재개발과 철거의 한 현장인 사당동으로 자리를 옮긴다. 한편 이미 사당동에 모여 살고 있던 스머프들은 대대적인 철거로 인해 살 곳을 잃는다. 그러니까 <파란 나라>는 주인과 위치가 바뀌는 동안 외관만은 그대로 남은 한 건물의 사정과 스머프 종족 이주의 역사가 교차하는 이야기다.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이 가상의 이야기는 한국 현대사의 여러 장면들을 자유롭게 소환하면서, 공적인 기록의 틈새를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기를 요청한다.

손시내 / 서울독립영화제2020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