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렁울렁 울렁대는 가슴안고
서울독립영화제2020 (제46회)
단편 쇼케이스
안재홍 | 2020 | Fiction | Color | DCP | 30min 34sec
SYNOPSIS
영희는 철수와 헤어지기 위해 철수가 살고 있는 울릉도로 와 이별을 통보한다. 그런데 난데없는 풍랑주의보로 발이 묶인다. 이제 영희는 철수와 아주 어색한 하루를 보내야 한다. 불편하고 미안해 섬을 빨리 떠나고 싶은 맘과 달리, 야속한 하루는 어찌나 많이 남아 있는지…… 영희와 철수는 한순간 가장 난감한 여행을 하게 된다. 다정했던 영희와 철수. 그 이별로부터 1일 이야기.
DIRECTING INTENTION
재밌다가도 가슴 먹먹해지는 단편영화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FESTIVAL & AWARDS
2020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DIRECTOR

안재홍
STAFF
연출 안재홍
제작 김순모
각본 안재홍
촬영 이진근
편집 양동엽
음악 Zion.T
미술 도고운
사운드 박용기
출연 이솜, 안재홍
PROGRAM NOTE
그런 헤어짐이 있다. 내가 떠나보낸 것도 아닌, 내가 떠나온 것도 아닌 이별. <울렁울렁 울렁대는 가슴안고>는 울릉도로 향하는 여자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뱃머리도 신이 나는 트위스트가 선실 가득 흐르고 있지만 여자는 정물처럼 고요하게 창밖만 바라보고 있다. 한때는 ‘울렁울렁 울렁대는 가슴 안고’ 찾아온 울릉도였지만 지금은 남자에게 전할 무거운 이별의 말을 안고 가는 중이다. “여기 좀 변한 것 같지 않나…… 안 이랬는데.” 변한 건 칼국수의 맛이 아닐 것이다. 마음이다. 이들은 “지금 너무 티 나는” 이별 중이다. 기상 악화로 발이 묶이면서 본의 아니게 연장된 이별식은 난감하다. 아름다운 섬 한가운데를 함께 걷고 있지만 뭘 해야 할지, 어디를 또 가야 할지 모르겠다. 헤어지자고 하는 여자, 잡지 못하는 남자,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 우리다.
안재홍 감독의 <울렁울렁 울렁대는 가슴안고>는 익숙한 이별 노래들을 떠올리게 만든다. 내 이별의 이유는 특별하다고, 타인과 다르다고 말하지만 결국 근본적인 이유는 다르지 않을 것이다. “사랑이 다한 거예요. 다 써 버린 거야.” 엔딩 크레디트에서 확인되는 남자와 여자의 이름이 ‘철수'와 ‘영희'인 것처럼 영화는 아마도 비교할 수 없을 특별함으로 채워졌을 어떤 사랑을 ‘보편적인 이별의 노래’로 위로한다. 기분 좋게 울렁대던 사랑의 멀미가 사라지고,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실온에서 고요하게 소멸해 가는 이들의 사랑은 모두가 아는 맛이라서 더 쓰리다.
백은하 / 백은하배우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