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서울독립영화제2020 (제46회)

장편 쇼케이스

박배일 | 2020 | Documentary | Color | DCP | 131min 54sec (E)

SYNOPSIS

끊임없이 착취가 벌어진 성희와 수영의 '삶'과 '몸'. 자본이 숨기려고 했던 노동과 지우려고 했던 존재들. 그들을 품고 있는 ‘사상’. 자본이 할퀴고 간 흔적이 고스란히 배인 사상에서 살아가는 존재들이 풍경처럼 펼쳐진다.

DIRECTING INTENTION

30년 동안 살고 있는 사상을 9년 동안 지켜봤다. 집들의 무덤 위에서 매일매일 장례식을 치르는 것 같은 사상에는 일터를 잃은 성희와 공동체를 지키지 못한 수영이 살고 있었다. 한때 산업역군이라 불렸던 두 가부장은 우울을 안고 마치 유령처럼 사상을 배회했다. 그들의 삶을 바라보며 끊임없이 모래성을 쌓고 무너뜨리는 자본의 악랄함을 확인한 나는, 무엇을 어떻게 기록해야 할까? <사상>은 긴 시간 꼬리처럼 따라붙던 질문에 답을 찾는 여정이다.

FESTIVAL & AWARDS

2020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2020 제22회 부산독립영화제

DIRECTOR
박배일

박배일

2016 깨어난 침묵 

2017 소성리
2018 라스트 씬 

 

STAFF

연출 박배일
제작 김일권
촬영 박배일, 문창현, 김민우
편집 박배일
음악 아완
출연 박성희, 최수영

PROGRAM NOTE

<사상>이 박배일의 지난 작품들과는 좀 다르게 경험된다면, 그건 이 영화를 지탱하는 세 개의 축과 관련된다. 하나는 자본의 광풍에 재개발로 터전을 잃은 사람들과 ‘사상’의 역사이고 다른 하나는 그곳에서 오랜 시간 노동자로 살아온 아버지 박성희의 삶이며 마지막은 사상의 변화와 아버지의 삶을 응시해 온 감독 자신의 시선이다. 카메라를 들고 시위 현장을 누비며 투쟁의 일상에 스며들던 때의 냉철함, 혹은 대상과 거리를 두면서도 친밀함을 유지하는 단단함이 어쩌면 애초 발휘될 수 없는 환경과 전제에서 이 영화는 주장이 아닌 반문만을 거듭하며 힘겹게 나아간다. 도입부 박성희와의 인터뷰에서 감지되듯, ‘아버지’라는 존재에 대한 정리되지 않은 감정, 아버지와 감독 자신 사이에 좁혀지지 않는 시간이 <사상>의 머뭇거리는 리듬과 시선의 근원인 것 같다. 영화 안에서 여기저기 부서진 사상의 풍경은 노동의 흔적이 깊게 새겨진 아버지의 병든 육체적 형상과 공명하고 새로 지어진 아파트 단지의 위용은 낡은 거처에서 홀로 일상을 꾸려 온 아버지의 노쇠한 육신과 대비된다. 물론 이러한 인상을 감독이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사상>을 보는 동안 우리는 사상의 풍경과 아버지의 육체와 감독의 시선이 거울처럼 서로를 비추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 과정에서 감독이 겪는 내적 갈등이 이 영화를 흔들리게 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진동이 <사상>을 살아 있게 만든다.

남다은 / 서울독립영화제2020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