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과 하루

서울독립영화제2020 (제46회)

창작자의 작업실

민병훈 |

SYNOPSIS

침묵! 그것은 소리가 있을 때 존재합니다. 침묵은 모든 소리들을 일순간 삼키고 나아갈 수 있는 드높은 소리입니다. 침묵은 자연과 닮았고, 자연은 결국 침묵입니다. <영원과 하루>는 대사와 내레이션이 없이 자연의 소리와 이미지로 극대화된 작품입니다. 신을 믿는 사람은 과거와 현재만 있다고 말합니다. 좁혀 말하면 현재에 살라고 합니다. 신이 원하는 것은 우리가 '잘되는 것'이라고 합니다. 결국 현재의 어려움쯤은 이겨 낼 수 있는 영혼의 힘을 가지라는 위로를 <영원과 하루>로 말합니다.

DIRECTING INTENTION

왜 살아가야 하지? 라고 물을 때 신의 사랑을 받고 있기 때문이고, 그걸 자연 속에서 느껴야 한다. 현실과 동떨어져 보이는 숲과 바다는 치유와 생성의 이미지이다. 침묵해 온 양심의 소리는 그들이 잉태한 어떤 씨앗으로 숲에 간직될 것이다. 영혼이 지쳤을 때는 자연으로 나가 걸어 봐야 한다.

FESTIVAL & AWARDS

World Premiere

DIRECTOR
민병훈

민병훈

 

1995 한 사람
1996 초상화
1998 벌이 날다
2001 괜찮아, 울지마
2006 포도나무를 베어라
2010 노스텔지아
2012 터치
2012 가면과 거울
2012 아! 굴업도
2014 사랑이 이긴다
2014 평정지에는 평정지에다
2014 너를 부르마
2014 부엉이의 눈
2015 감각의 경로
2016 시화공존
2017 설계자
2017 황제
2020 기적
2020 팬텀

 

STAFF

연출 민병훈
제작 민병훈
각본 민병훈
촬영 민병훈
편집 김혜정
음악 김명환
시각음향총괄 이상훈
출연 김남표, 김수현, 민시우

PROGRAM NOTE

민병훈은 민병훈이 아니다. 대기업 중심의 극장 산업과 스크린 독과점을 맹렬히 비판하며 대안적 배급을 선언해 비타협적인 투사의 이미지가 덧입혀졌지만, 감독 민병훈이 줄곧 환기시키는 지점은 창작자의 자유와 극장의 다양성이라는 일종의 정언명제 같은 것이다. 창작자가 자유로울 때, 다시 말하면, 창작자가 투자에서 제작, 그리고 극장으로 이어지는 시스템에서 벗어나 독립적으로 창작에 몰두할 때, 삶과 일상이 영화가 될 수 있다고 그는 믿는다. 예술영화의 한 계보를 이어 가는 주목받는 작가에서, 자신의 색깔을 담은 주류 영화까지, 하지만 최근에는 관객의 관심에서는 조금 벗어났지만, 여전히 왕성하게 작업하고 있는 민병훈을 창작자의 작업실에서 만난다.
물, 불, 바람, 안개와 같은 자연적 이미지가 회화적 이미지와 충돌하며 그려 내는 죄와 대속(代贖)의 세계. 극영화와 다큐멘터리의 경계를 넘나들고, 예술가 시리즈와 단편 작업 등 끊임없이 창작 활동을 이어 가는, 누구도 가 보지 않았던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는 창작자 민병훈의 영화 세계를 단편 <영원과 하루> 상영 이후 감독이 직접 준비한 영상 자료와 해설로 확인할 수 있다. 테오 앙겔로풀로스의 영화와 동명의 제목을 붙인 민병훈의 단편은 시간과 날씨의 변화를 따라 변모하는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을 시적이고 유려한 화면에 담아낸 소품이지만 민병훈의 영화 세계로 들어가는 하나의 통로이기도 하다.

김영우 / 서울독립영화제2020 집행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