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날
서울독립영화제2024 (제50회)
박민수,안건형 | 2024 | Documentary | Color | DCP | 84min (E)
TIME TABLE
11.29(금) | 14:00-15:23 | CGV압구정(신관) ART2관 | E, GV, G |
12.1(일) | 20:20-21:43 | CGV압구정(본관) 2관 | E, GV, G |
12.2(월) | 16:00-17:23 | CGV압구정(신관) ART1관 | E, G |
SYNOPSIS
한국 사회를 구성하는 9명의 사람들. 나이와 성별, 직업은 다르지만 모두 평범한 사람들이다. 매일 일하고, 쉬고 또 잠에 들 때, 내밀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DIRECTING INTENTION
“저처럼 평범한 사람한테 촬영할 게 있을까요?” 섭외를 위해 만난 많은 사람들은 모두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특별한 사연도, 사건도 없는 자신의 일상이 너무 단조롭다는 생각이었다. <일과 날>에 등장하는 9명의 인물들은 모두 자기 몫만큼의 삶을 짊어진 평범한 사람들이다. 매일 일하고, 쉬고, 잠에 들며 또 다른 하루를 맞이한다. 하지만 이를 짧게는 몇 년, 길게는 수십 년에 걸쳐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일정한 운율과 언어가 누적된 고유한 풍경이 나타난다. 모두가 특별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그 풍경 속에는, 세계의 구조가 그 견고함을 드러내기도 하고, 거대한 변화의 징후가 감지되기도 한다. 고독과 불안이 깃들기도 하고, 보통의 양심과 책임감이 분투하기도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생에 대한 소박한 의지가 은은하게 빛나고 있다.
FESTIVAL & AWARDS
2024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비프메세나상
2024 제24회 Doclisboa
DIRECTOR

박민수

안건형
2011 동굴 밖으로
2014 이로 인해 그대는 죽지 않을 것이다
2018 한국인을 관두는 법
STAFF
연출 박민수, 안건형
제작 임보람
촬영 공원준
편집 박민수, 안건형
음악 정상인
PROGRAM NOTE
“마른 땅도 젖은 땅도 쟁기질하되 이른 아침부터 서둘도록 하라. 그대들의 들판이 풍요롭도록”. 헤시오도스의 서사시 한 구절을 인용하며 시작을 알리는 <일과 날>은 이른 아침부터 일터의 문을 열어 노동을 시작하고, 일이 끝나면 자기 계발에 정진하거나 휴식을 취하며 잠드는 사람들을 응시한다. 그들은 마네킹을 제작하고 프리랜서 PD로 활동하며 반찬 가게를 운영하거나 재활용 플라스틱을 분리한다. 외국어 학원에서 사무직으로 근무하고 염전에서 노동하며 캔을 검수하기도 하고 맥주 양조장에서 일하거나 육아 휴직 중이기도 하다. 영화는 그들의 이름을 일일이 밝히지 않는다. 대신 카메라가 그들과의 거리를 절묘하게 유지하며 그들의 노동과 일상을 비추는 동안, 그들이 직접 “나는”이라는 말로 운을 떼 자신의 직업, 가치관, 취미, 꿈 등에 관해 보이스오버 내레이션으로 들려준다. 그 가운데 “나”들의 ‘일과 날’의 존엄, 생의 쓰라림과 기쁨이 고요히 담기며 단단한 영화가 되어 간다. <일과 날>은 노동자의 삶에 감정적 기울임 없이 함께한다. 친근하게 다가서지도 결코 멀리 떨어지지도 않은 채 누군가의 ‘일과 날’을 담담히 기록한다. 그런데 이 덤덤한 다큐멘터리가 이상하리만치 마음을 울린다. 영화는 노동자의 삶을 담되, 개인의 생을 ‘우리’의 사회적 삶으로 섣불리 일반화하지 않는다. 수수한 영화가 예사롭지 않게 보이는 이유는 개개인의 일과 날, 사람과 노동, 사물이 놀랍도록 평등하게 담겨 있어서다. 실로 반갑고 가슴 뭉클한 시선이다.
홍은미 /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