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의 뱃속
서울독립영화제2024 (제50회)
새로운선택 단편
윤재원 | 2024 | Fiction | Color | DCP | 39min (E) World Premiere
TIME TABLE
11.30(토) | 14:20-16:01 | CGV압구정(본관) 3관 | E, GV, G |
12.2(월) | 17:00-18:41 | CGV압구정(신관) ART2관 | E, GV, G |
12.3(화) | 12:30-14:11 | CGV압구정(본관) 2관 | E, G |
SYNOPSIS
소이산은 한국전쟁 당시 격전지였던 장소들과 넓은 평야로 둘러싸인 철원에 위치한 야트막한 산이다. 신입 생태해설사 미령은 일터인 소이산을 오르다 우연히 베테랑 선배 해설사 명희를 만나게 된다. 둘은 함께 산을 오르며 탐방객 안내를 위한 스크립트를 연습한다. 이야기의 주제는 아주 작은 이끼와 지의류에서부터 아카시아 나무, 군사시설이 있는 소이산과 주변에 얽힌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산을 오르며 이들은 각자 자신의 기억 속 전쟁과 상실에 얽힌 개인적인 이야기를 마주하게 된다.
DIRECTING INTENTION
어린 시절 할머니께 옛날이야기를 해 달라고 하면 할머니는 때때로 피난길 이야기를 해 주셨다. 탱크가 오는 것은 개미가 제일 먼저 알기에 개미들을 따라가면 된다고 하셨다. 전쟁의 기억은 소중한 것을 잃은 사람들을 따라다니는 불안과 닮아 있다. 한국전쟁 당시에 땅에 매설된 지뢰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아직 무수한 시간이 걸리는 것처럼 전쟁은 과거의 이야기 같지만, 누군가에게는 아직 남아 있는 현재 진행형의 이야기이다.
FESTIVAL & AWARDS
World Premiere
DIRECTOR

윤재원
2014 해 호랑이 소녀 꽃
STAFF
연출 윤재원
제작 조은식
각본 윤재원
촬영 박수환
편집 남달현
사운드 이지성
음악 박준철
미술 윤재원, 임효진
출연 유은숙, 문혜인, 연예지, 김병관, 브노아
조연출 박준철
PROGRAM NOTE
<산의 뱃속>은 ‘생명과 평화의 카메라’를 표방한 故 이강길 감독의 뜻을 기리기 위해 마련된 제2회 이강길 독립영화 창작지원에 선정된 작품이다. 이 영화의 최초의 아이디어는 분단선 가까운 철원 지역 소이산의 역사, 생태 탐방 프로그램을 장소 특정적 판타지 드라마와 관객 참여형 이동 공연을 결합시킨 형태로 구상되었다. 코로나19 시기에 이 공연은 리허설 장면과 트레일러만 남기고 연기되었다. 이제 이 아이디어는 극영화와 결합하여 영고성쇠의 시절을 겪은 철원, 지하 미로와 벙커로 속이 텅 빈 소이산, 아직도 남아 있는 지뢰밭을 배경으로 두 명의 생태문화해설사와 함께 소이산을 올라 드넓은 철원 평야를 내려다보며 근현대사가 어떻게 사람들의 기억 속에, 지형과 안개 속에 남아 있는지를 보여 준다. 참나무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제 몫의 인생을 마감하는 아카시아나무와, 휴전 후 우는 소리가 예전 같지 않은 매미들, 내일이라도 전쟁이 나면 모든 것이 무너질 것이라는 생각에 소꿉놀이를 계속하지 못하는 소녀들, 전쟁을 대비해 방공호의 쇠문 앞에 서서 습한 시멘트 냄새를 맡았던 기억들을 통해 아직 회복되지 못한 산의 뱃속의 울음을 듣게 된다. 영화는 노래 “아름다운 것들”을 들려주며 전쟁 전후 사람들의 삶과 그들의 터전을, 그 안에 살고 있던 생명들을 다시 생각하게 하며 끝난다. 꽃잎 끝의 이슬방울들과 엄마 잃고 다리도 잃은 작은 새들을 무엇이 이 숲속에서 데려가는지, 모두가 사라진 숲에는 나무들만 남아 있는데, 때가 되면 나무들도 사라져 고요함이 남겠다는 노랫말을 통해 생명과 평화의 미래에 대한 비전만이 우리가 가진 전부라는 것을 감득하게 한다.
김미영 / 서울독립영화제2024 집행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