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파 밑 괴물

서울독립영화제2024 (제50회)

단편 쇼케이스

이신우 | 2024 | Fiction | Color | DCP | 17min (E) World Premiere

TIME TABLE
11.29(금) 12:00-13:35 CGV압구정(본관) 3관 E, GV, 12
12.1(일) 20:10-21:45 CGV 청담씨네시티 프리미엄관 E, GV, 12
SYNOPSIS

소파는 언제나 연석 차지다. 일의 연장선으로 한잔 걸치고 들어오면 아내는 안방에 얼씬도 말라 하고, 대출을 껴 겨우 구한 집은 방이 달랑 두 개라 딸에게 주면 남는 게 없기 때문이다. 가장 연석의 삶은 항상 이랬다. 희생하고 양보하고. 소파는 그런 연석이 찾은 그나마 나은 안식처다. 느닷없이 나타난 저 소파 밑 괴물에게 빼앗길 순 없단 말이다.

DIRECTING INTENTION

삼키고 참다 보니
침대 밑, 옷장 속, 소파 밑에 꾹꾹 눌러 감춰 두다 보니
괴물이 되어 버린 나와 당신들의 그것에게
‘아버지’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닌 ‘가장’들에게 전하는 위로.

FESTIVAL & AWARDS

World Premiere

DIRECTOR
이신우

이신우

STAFF

연출 이신우
제작 임재성
각본 이신우
촬영 움뮤
편집 황인서
조명 박신욱
음악 니키
미술 김채리
출연 하준호, 김수경, 이정은
애니메이션 안지원
믹싱 장민서
조연출 유서영

PROGRAM NOTE

중년 남성 연석은 겁이 많다. 그는 아내와 딸에게 방과 침대를 내어주고 소파에서 잠을 청하곤 한다. 업무의 연장선상에서 진행되는 피곤한 회식도, 술에 취해 들어온 자신에게 쏟아지는 아내의 잔소리도 견뎌 낼 수 있는 그는 소파 밑에 괴물이 있을 것이라는 두려움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 애니메이션을 통해 구현된 소파 밑 존재의 모습은 한 명의 가장으로서, 특히나 ‘중년-남성-가장’이라는 생애 주기 속 지위가 부과하는 육중한 무게감으로서 등장한다. 물론 그것은 물리적인 괴물이 아니기에, 연석을 짓누르는 것은 그의 감각이자 스스로 부여한 부담감의 무게에 가깝다. <소파 밑 괴물>은 얼핏 가장으로서의 중년 남성이 갖는 애환을 달래는 영화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소파 밑 괴물’이 연석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자 연석이 만들어 낸 것임을 드러냄으로써 그것을 피해 간다. 영화는 외부에서 나타난 미지의 괴물이 아니라 자신 속에 파묻혀 있던 두려움과 함께 살아가기를 말하고, 아이의 목소리로 등장하는 내레이션은 ‘소파 밑 괴물’이 극복이나 제거의 대상이 아니라 동반의 대상임을 넌지시 알려 준다. 그리하여 연석의 두려움은 단지 자신을 괴롭히는 괴물이 아니라, 반대로 자신을 살아가게 하는 동력일 수 있음을 그려낸다.

박동수 /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