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색의 린

서울독립영화제2024 (제50회)

장편 쇼케이스

이원우 | 2024 | Documentary | Color+B/W | DCP | 80min (K)

TIME TABLE
11.30(토) 11:30-12:50 CGV 청담씨네시티 프리미엄관 E, GV, G
12.2(월) 19:20-20:40 CGV압구정(신관) ART1관 E, GV, G
SYNOPSIS

말을 지운 말의 길에서 말의 시간을 기억해 본다. 아무나 타지 못했던 말, 권력과 폭력의 중심에 있어야 했던 초식동물, 운동과 노동의 경계에서 때로는 존재가 저항이 되기도, 체제가 되기도 하는 아이러니. 말 위가 아닌 말 아래의 사람들이 보낸 긴 시간. 말의 귀와 입을 빌려 감각해 본다. 흐릿하지만 넓은 시야, 멀고 가까운 지나가는 혼잣말들.

DIRECTING INTENTION

2010년, 우연히 서울 한복판 청계천에서 마차를 발견해 찍게 되었다. 말을 만날 리 없는 곳에서 발견한 존재는 너무나 신기했고, 말에 무지했던 나는 감탄만 했다. 의도치 않게 곳곳에서 말의 동상과 말들을 만나며 새로운 감각과 오래된 역사를 교차하며 말에게 천천히 다가가게 되었다. 끊어진 길들과 새로 이어진 길들 사이에 가로막힌 존재들, 스스로 길이 되어 버린 이들의 발자국을 따라가다 보면 상상의 동물 기린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FESTIVAL & AWARDS

2024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
2024 제26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2024 목포국도1호선독립영화제
2024 제7회 서울동물영화제 특별전

DIRECTOR
이원우

이원우

2014 붕괴
2017 옵티그래프
2019 그곳, 날씨는

STAFF

연출 이원우
촬영 이원우, 한송이, 이두나, 최연옥
편집 이원우, 한송이
음악 이랑

PROGRAM NOTE

<오색의 린>은 청계천에서 만난 마차를 끄는 말에서부터 시작해 끊임없이 이어지는 단편적 이미지들과 단상들로 가득하다. 말과 차와 자전거, 조랑말과 사슴, 풍뎅이, 매미, 말을 탄 남성들의 동상과 말을 탄 여성들의 그림, 운동과 노동, 박에스더, 안영희, 김명신, 이소사, 김만덕, 단오제, 마라톤, 경마, 생츄어리, 기린, 전쟁, 동물권, 평등권, 이동권 등 말에서부터 시작된 이야기는 끊임없이 새로운 것들에 관한 이야기를 불러낸다. 그러나 이 이야기들은 오랜 과거에서부터 시작해 이 땅에 살고 있는 종들에 관한 이야기이며 그 종들을 밀어낸 새로운 종, 즉 인간에 관한 성찰이며, 거리와 풍경과 속도를 통제해 온 자본과 권력에 관한 비판이다. 그러나 영화는 이 거대한 이야기를 거대한 사건과 압도적 속도로 풀어 내기를 거부한다. 자본과 권력을 쥔 인간들, 그리고 남성들의 점유로 인해 밀려난 작은 것들에게 카메라를 내어줌로써, 영화는 말(언어)의 자리를 갖지 못한 이들을 말(언어)의 자리로 초대한다. 이 무수한 웅성거림이야말로 자본이 밀어낸 것, 스크린이 밀어낸 것들이라는 듯. 그것은 또한 아날로그 필름과 흑백 화면의 노이즈가 마치 자신의 존재 증명을 끊임없이 외치는 방식과도 닮아 있다. 여기에 의미를 알 수 없는 말들의 읊조림, 마치 한 편의 장송곡처럼 들리는 이랑의 노래가 절묘하게 삽입되며, 기록에서, 도시에서, 풍경에서 사라진 말들과 여성들, 그리고 무수한 종들의 이야기를 기억하고 기록한다.

배주연 / 영화연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