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양

서울독립영화제2024 (제50회)

장편 쇼케이스

양주연 | 2024 | Documentary | Color+B/W | DCP | 78min (E)

TIME TABLE
12.2(월) 17:40-18:58 CGV압구정(신관) ART1관 E, 12
12.4(수) 20:00-21:18 CGV압구정(신관) 4관 E, GV, 12
SYNOPSIS

어느 겨울밤, 주연은 아빠에게서 걸려 온 전화를 받는다. 술에 취해 혀가 꼬인 목소리로 아빠는 “고모처럼 되지 말라”는 말을 남긴다. 그날 40년 전 자살한 고모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된 주연은 가족의 수치스러운 비밀이 된 고모의 흔적을 추적한다. 그동안 역사 속에서 지워져 온 여성들을 기억하며, 주연은 애니메이션을 통해 고모의 잃어버린 목소리를 찾아간다.

DIRECTING INTENTION

나에게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고모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꺼내면 상대방도 종종 자신들의 비슷한 고모와 이모의 이야기를 들려주곤 했다. 그동안 세상에 이야기될 수 없었던 존재가 나의 고모뿐만은 아니었다는 사실은 나에게 작은 위안을 주기도 했다. 동시에 늘 의아한 점이 있었다. 왜 가족의 비밀 이야기 속 비극의 주인공은 많은 경우 여성이어야 했을까? 나는 그 비극의 원인이 그녀들 탓이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
고모가 사라지고 40년이 지난 지금, 여성으로 태어난 존재가 경험하는 차별은 가부장제 안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다만 설명하기 어려워졌을 뿐이다. 차별은 ‘사적’이라는 말로 사소한 일이자 드러나지 않은 일이 되어 버렸고, 입에 담기에 쩨쩨하고 치사한 일이 되어 버렸다. <양양>은 그 드러나지 않았던 이야기를 드러내고자 하는 기획이다. 비운으로만 남겨진 채 잊힌 고모의 삶과 죽음을 다시 이야기함으로써, 나는 비극의 고리를 끊어 내려 시도한다.

FESTIVAL & AWARDS

2024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
2024 제21회 EBS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2024 제26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2024 제15회 광주여성영화제
2024 제11회 부산여성영화제

DIRECTOR
양주연

양주연

2014 내일의 노래
2015 옥상자국
2020 40

STAFF

연출 양주연
제작 고두현, 강사라
촬영 박수환, 고두현
편집 이진주, 베로니카 스코티, 이연정
음악 이민휘
출연 양지영, 양주연, 양철원
애니메이션 양홍지

PROGRAM NOTE

기록은 어떤 것을 이야기하고 어떤 것을 지웠는가. <양양>은 감독 자신의 가족사 안에서 잊혀진 존재의 기록과 자리를 찾아간다. 화목한 가정에서 자랐다 믿었던 감독은 어느 날 술에 취한 아버지로부터 자살한 고모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왜 그녀의 존재는 가족 안에서 단 한 번도 이야기되지 않았는가 하는 의문을 가지고 감독은 가족 앨범 속 고모의 흔적을 찾아 나선다. 자신의 부모, 그리고 고모의 어린 시절 친구들을 만나며 고모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고모가 가부장적인 외할아버지로 인해 힘든 시절을 겪었음을, 그리고 고모의 죽음이 데이트 폭력과 연관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그러나 그녀의 죽음은 가족 안의 치부가 되어 가족의 이름 안에서 지워진다. 감독은 딸로서, 누나로서, 그리고 여성으로서 삶을 살아갔고 또 잊혀졌던 고모의 자리가 자신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깨닫는다. 감독은 그 이름을 다시 되찾기 위해 부재한 기록의 여백과 공백 속에서 고모의 흔적을 쫓는다. 말하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말했음에도 들려지지 않았던 고모의 이야기는 50여 년의 시간이 흘러 조카인 감독에 의해 말의 자리를 찾는다. 그래서 영화 속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은 딸이 고모처럼 된다면 어땠을까 하는 말에 눈물을 글썽인 채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는 모녀의 모습이다. 영화는 기억에서 가라앉고 만 고모를, 여성이라는 이름으로 꺼내지지 못한 그들의 흔적을 불러들여 슬픔과 두려움을 극복하고 손을 맞잡는 여정을 보여 준다.

배주연 / 영화연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