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
서울독립영화제2024 (제50회)
장편 쇼케이스
윤은경 | 2024 | Fiction | B/W | DCP | 89min (E)
TIME TABLE
11.30(토) | 24:00-29:22 | CGV압구정(신관) 4관 | 15 |
12.1(일) | 15:30-16:58 | CGV압구정(본관) 3관 | GV, 15 |
SYNOPSIS
최악의 환경오염과 고물가의 도시, 미래 서울. 반복적이고 단조로운 일상에 무기력하게 살아가는 주인공 신동은 집주인의 일방적인 통보로 당장 새로운 월셋집을 알아봐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이사를 할 경제적인 여유가 없는 신동에게 그의 친구는 집의 일부 공간을 세놓는 월월세를 놓으면 권리가 복잡해져서 집주인이 신동을 쫓아낼 수 없게 된다고 한다. 친구의 조언에 솔깃해진 신동은 월월세 광고를 내고… 그런데 독특하게도 화장실에서 살겠다는 괴상한 신혼부부가 나타나고 마음이 급한 신동은 충동적으로 그들을 들이게 된다. 그렇게 시작된 이상하고 불편한 동거. 신혼부부는 얼마 지나지 않아 괴이한 행동들을 보이기 시작하고 예민한 신동은 그들을 참을 수 없게 된다. 이에 다시금 그들을 내쫓으려는 계획을 세우는 신동. 그의 계획은 성공할 수 있을까?
DIRECTING INTENTION
세계 곳곳에서 구조화와 양극화가 다양한 방식으로 정교해지고 있는 이 어지러운 시점에 다소 극단적인 디스토피아를 그려 보고 싶었다. 일면 번드르르하나 그 속내는 구린 사회 시스템의 민낯을 인식하지 못한 채 자신을 내어주는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시스템에 순응하고 살아남기 위해 더럽게 노력하거나 또는 무기력한 채로 살아가는 우리들을 되돌아본다. 타인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마저 소외시키는, 낯설고도 친숙한 일상 지옥을 블랙 유머와 심리 호러, 스릴러적 요소가 뒤섞인 스타일로 연출하려 한다.
FESTIVAL & AWARDS
2023 제34회 싱가포르국제영화제 아시아장편감독상, 국제영화평론가협회상
2024 제48회 홍콩국제영화제
2024 제8회 필름페스트
2024 제1회 시네베스쳐국제영화제
2024 제20회 판타스포아국제판타스틱영화제
2024 제2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배우상
2024 제25회 제주여성영화제
DIRECTOR

윤은경
2019 호텔 레이크
2020 로타리 여자
2021 괴담만찬
STAFF
연출 윤은경
제작 안몽식
각본 윤은경
촬영 박준용
편집 문종훈
조명 김광민
음악 박기헌
미술 박이규
출연 김대건, 허동원, 박소현
PROGRAM NOTE
<호텔 레이크>에서 공간과 호러를 아찔하게 결합시켰던 윤은경이 다시 찾은 공간은 지옥과 같은 주거 공간이다. 낙원급 해안에 파도 소리가 들리지만, <바톤 핑크>의 첫 해변 사진처럼 그건 그림 속 풍경일 뿐이다. 주인공은 이런 사진을 방에 붙여 두는 사람 특유의 우중충한 표정의 남자다. 여기서 익숙한 이야기를 짐작할 필요가 없는 것이, 장은호의 단편소설 <천장세>가 원작인 <세입자>는 가까운 미래 디스토피아를 비틀어 놓은 영화라는 걸 먼저 얘기해야겠다. 임대 계약 연장을 위해 월월세를 끌어들이려는 주인공 앞으로 화장실에 세를 들겠다는 괴상한 부부가 찾아온다. 그리고 상식적인 인물이 비현실적인 인물과 접하면서 벌어지는 공포는, 그가 친구, 세입자, 직장 동료, 의사, 공무원 등의 인물과 마주할 때 느끼는 이물감으로 표현된다(그런 점에서 캐스팅이 정말 좋은 영화다). 오래전 독일 표현주의는 뒤틀리고 왜곡된 공간으로 당시 상황을 묘사했는데, 21세기 서울이 배경인 <세입자>는 현대 도시의 반듯하고 말끔한 공간 아래가 여전히 억압된 자들의 불안과 공허를 품고 있음을 드러낸다. 소외 이론이 한국에 도입됐을 때만 해도 문자 이상의 독해는 힘들었는데, 21세기 한국의 단절되고 고립된 삶을 사는 인간을 보노라면 저절로 이해가 되는 상황이다. <세입자>는 한국이라면 집에 대한 어떤 흉측하고 괴상한 이야기도 가능하다는 것을 잘 보여 주는 작품이다. 지구상에서 아파트와 집에 제일 환장하는 족속이 점령한 나라 아닌가.
이용철 /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