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미
서울독립영화제2024 (제50회)
장편 쇼케이스
안재훈 | 2024 | Animation | Color | DCP | 104min (E)
TIME TABLE
11.30(토) | 14:00-15:44 | CGV압구정(신관) ART2관 | E, CT, 12 |
SYNOPSIS
병든 어머니로 인해 삶의 한 발짝도 자기 의지대로 살지 못하는 ‘해류’는 어느 날
실수로 다리 위에서 물속으로 떨어지게 된다.
죽음을 떠올릴 만큼 위태로운 상황에서 ‘해류’는 물고기 떼와 함께 나타난 신비로운 남자, ‘곤’에 의해 구조되고 그 순간, 남자의 귀 밑에 달린 ‘아가미’를 보게 된다.
이후 자신의 목숨을 구한 남자를 찾기 시작한 해류는 우연히 강하를 만나게 되며
그에게서 곤의 과거 이야기를 듣게 된다.
DIRECTING INTENTION
살아가며 수없이 물속에 떨어졌는지 모른다. 그럴 때마다 내 몸에서도 조금씩 아가미가 생겨나 지금을 살고 있지 않을까 짐작해 본다.
누군가 우리 삶을 끝으로 끌어내려도 우리는 살아 낸다.
각자가 스스로의 힘만으로, 각자의 아가미로 살아 낸다.
우리가 갖게 된 아가미에 대해 거슬러 올라가 용기 있게 맞대하고
그것들을 다시 새겨 앞으로 헤엄칠 수 있는 작품이었으면 한다.
나 자신 외에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나의 삶 외로움들
그 안에서 사람으로 이어진 인연들에 대한 태도
거창한 것 없이 상처투성이일지 모르는 그 인연들을 위해 떠나는 모험은
나와 연관된 삶들이 어떻게 아가미가 되었는지 생각하게 해 준다.
어둡지만 삶에 대한 기대와 사람에 대한 애틋함이 느껴졌으면 한다.
FESTIVAL & AWARDS
2024 제48회 안시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
2024 제37회 도쿄국제영화제
2024 제26회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DIRECTOR

안재훈
2014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
2017 소나기
2021 무녀도
STAFF
연출 안재훈
제작 한혜진
책임 프로듀서 한승훈
프로듀서 서해인
조연출 조슬기
각본 안재훈
촬영 박상혁
미술 장민지
PROGRAM NOTE
그간 한국의 얼굴과 이미지를 애니메이션화해 온 안재훈의 필모그래피에서 <아가미>는 ‘다르다’는 첫인상을 안겨 준다. 유럽의 모처로 짐작되는 배경, 미디엄 템포의 퓨전재즈, 당찬 행동과 언사의 여주인공으로 구성된 도입부는 다소 이국적인 분위기로 전개될 것임을 드러내 알린다. 색감도 고풍스럽고 부드러운 색채를 사용해 전작들과 차별화시켰다. 영화는 곧바로 아가미를 지닌 남자를 소개하고 시작하면서도 이후 이상할 정도로 방향을 이리저리 틀기를 시도한다. 흡사 동화나 전설처럼 들리지 않게끔 애쓰듯이. 세 명의 주인공이 등장하는데, 그들은 모두 가족의 상실을 경험한 자들이다. 하지만 전혀 다른 공간에 위치했던 그들은 물의 거대한 흡입력에 이끌려 조금씩, 그러나 세차게 연결된다. 전통적으로 인어는 불길하고 불행한 상황을 초래하는 존재로 다뤄지는 바, <아가미>는 무지할 만큼 순수한 존재가 세상과 부딪혀 맞이하는 결과로 그것을 간파하는 것 같다. 그래서일까, 마침내 ‘불멸의 로망’을 빚는 이야기는 지독하게 아름답다. 특이한 것은, <아가미>가 세 화자의 목소리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종종 하나의 장면 내에서 각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기도 한다. 그런 이유로 전체적으로 파편화된 느낌을 주는데, 그것 또한 관점에 따라 각기 다르게 받아들여지리라 본다. 누군가는 미완의 미스터리로 파악할지도 모르겠지만, 내게 <아가미>는 모던한 애니메이션이다. 서로 다른 데서 출발해 끝내 다른 곳에 도착하는 인물들의 여정과 그 이야기.
이용철 /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