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빙 아웃

서울독립영화제2024 (제50회)

정지영 | 2024 | Documentary | Color | DCP | 8min (K) World Premiere

TIME TABLE
12.3(화) 20:00-21:31 CGV압구정(신관) ART2관 GV, 12
12.4(수) 17:40-19:11 CGV압구정(신관) ART1관 GV, 12
SYNOPSIS

입주 작가의 계약 기간이 끝나면 작업실을 옮겨야 한다. 한동네에서 많은 작가들의 대이동이 시작되었다. 부산 원도심 중앙동에서 작업하는 ‘또따또가’ 레지던시 작가들에게 흔한 일상이 되어 버린 이사. 우리들의 방 문 창 길에 대한 이야기.
히요 방에서 키우던 고양이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섬유 작가들의 방에서 들리던 미싱 소리는 이제 멈추었다. 하지만 골목길 사이를 지나가는 과일 트럭 소리, 인쇄소 기계 소리, 공사장 삽질 소리 그리고 하루의 시간을 알려 주던 FM 라디오 시그널 음악은 아직도 여전하다.

DIRECTING INTENTION

부산 중앙동의 인쇄 골목과 40계단 주변은 한국전쟁 당시 피란민의 거리였다. 이제는 골목마다 흩어져 있는 수십 개의 레지던시 공간으로 작가들의 보금자리가 되었다. 하지만 노후한 건물과 한정된 계약 기간이라는 현실로 인해 작가들은 또 다른 시대의 피란민이었다. 어느 날 레지던시 공간 중 가장 오래된 건물인 아성빌딩의 철거 소식이 들려왔다. 이웃 건물의 입주 작가였던 나에게 이 소식은 상징적인 사건으로 다가왔고, 나는 우리가 만나고 머물렀던 시간과 장소를 특별한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
당시 나는 super 8mm camera의 촬영과 현상, 편집의 과정을 익히면서 필름의 물성을 체감하는 흥미진진한 경험에 빠져 있었다. 특히 초점이 흐릿한 실루엣과 거친 필름의 질감은 기억의 잔상을 표현하는 데 어울리는 방식이라고 여겼고, 이사가 예정된 작가들의 작업실을 중심으로 동네 이미지와 일상의 소리 조각들을 모아 콜라주했다.

FESTIVAL & AWARDS

World Premiere

DIRECTOR
정지영

정지영

STAFF

연출 정지영
제작 정지영
각본 정지영
촬영 정지영
편집 신나리
사운드 손재서, 김동규, 정지영
음악 김형빈
출연 윤필남, 김경화, 한송희, 김은정, 천아름, 고정화
후반작업진행 신나리

PROGRAM NOTE

시제가 느껴지지만, 가늠할 수 없는 사진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문화예술계에는 예술인 레지던시 사업이 있다. 짧게는 한 달 길게는 일 년 가까이 예술가가 레지던시에 들어와 자기 작업을 한다. 그런데 레지던시는 작가 한 명이 사용하는 공간이 아니다. 그리고 작업 공간 또한 폐쇄성보다는 개방성을 지향한다. 다중의 예술가가 레지던시에 모여 서로에게 크고 작은 영향을 주며 따로 또 같이 예술을 실험하는 커뮤니케이션 기반으로 창작을 도모하게 된다. 하지만 레지던시 이용 기간이 끝나면 호텔 룸 클리닝을 하듯, 마치 이곳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예술가는 가방이나 트렁크에 자기 작업을 싣고 떠나야 한다. 그리고 새로운 작가가 그 장소를, 마치 자신만의 장소인 양, 재료를 채워 넣는다. 채움과 비움, 생성과 소멸이 반복되는 지대로서 예술인 레지던시는 문화적 역사가 생성되는 곳이면서 어떤 경험적 역사도 쉽게 남지 못하는 곳이다. 그래서 <무빙 아웃>은 적어도 결과적으로는 특정 시기로 감정을 모으지 않는다. 단일한 그리움으로 집적하지 않는다. 이곳에서 노스탤지어는 순환하며, 어떤 부분은 흩어져 한 공간을 경유한 폭넓은 시간 속 여러 사람에게 접속한다.

임종우 /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