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독립영화제2025는 지난해 50주년을 기념하고 올해 새로운 반세기의 1년을 시작합니다. 51회의 역사에 걸맞게 역대 최다 출품 수를 기록한 올해 단편 상영작 공모에는 총 1,590편(극영화 1,246편, 애니메이션 150편, 다큐멘터리 113편, 실험영화 70편, 기타 11편)이 문을 두드렸습니다. 예심위원회는 이중 36편의 작품을 선정하였습니다.
늘 그렇듯 올해 예심도 뜨겁고 치열했습니다. 영화의 수에 압도되지 않고 두 달 가까운 시간동안 자신의 심사 기준에 걸맞은 작품을 찾아 예심 위원들 간의 다른 목소리의 차이를 좁혀 가며 최종적으로 새로운 시선과 질문을 던지는, 끝난 후에도 오래도록 잔상이 남는 영화들을 찾았습니다.
전체적으로 영화의 기술적 완성도는 상향 평준화된 인상을 주었습니다. 극영화에 대거 집중된 예년과 다르게 다큐멘터리와 실험영화와 애니메이션 등 장르의 수가 고루 분포된 배경입니다. 그 결과로 다양한 작품을 마주할 수 있다는 건 큰 기쁨이었습니다. 다만, 단편의 특성상 매끄러운 완성도와 친절한 이야기 전개보다는 실험에 가까운 시도와 대중적인 기대를 배반하는 ‘뾰족하고 날카로운’ 개성을 많이 발견하지 못한 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좋은 영화를 만드는 것은 좋은 카메라나 기술 이전에 세상을 바라보는 감독의 시선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되새겨봅니다.
비상계엄이라는 국가적 위기를 겪은 후폭풍일까요, 웃음을 우회한 풍자보다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카메라에 담는 다큐멘터리가 많았습니다. 부조리를 향해 시대를 날카롭게 찌르는 비판은 잠시 접어두고 개인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극영화 수가 상당한 것도 특기할만합니다. 이와 관련해 배경을 한국에만 국한하지 않고 해외에서, 그곳의 영화인들과 작업한 단편이 늘어난 것도 올해의 트렌드 중 하나입니다.
매년 완성도가 높아지고 있는 애니메이션은 2D, 3D, 스톱모션, 실사와의 결합 등 기존의 틀을 깨는 시도로 놀라움을 안겨주었습니다. 이제는 현실로 다가온 미래의 기술 A.I(인공지능)를 적극 활용했거나 주제 의식으로 가져온 영화들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겠습니다. 확실히 기술적 구현에서 과거와는 다르게 놀라운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어떤 또 다른 성격의 영화가 우리를 놀라게 할지 미리 기대하게 만들었습니다.
영화 산업, 극장의 위기 등 영화를 둘러싼 현실이 불안정하지만, 창작자들은 치열한 결과물로 희망을 보여주었습니다. 심사를 통해 예심위원들은 늘어난 작품 수만큼이나 확장하고 진화하는 사유를 목격했습니다. 한국영화 위기론에도 불구하고 영화에 관한 열정을 잃지 않고 역대 최다 작품 수로 서울독립영화제2025를 찾아준 창작자들에게 깊은 감사와 존경과 응원을 보냅니다.
서울독립영화제 2025 본선 단편경쟁 부문 예심위원 (가나다순)
김병규(영화평론가)
박수연(서울독립영화제 프로그램팀장)
이우빈(씨네21 기자)
최하나(영화감독 <애비규환>)
허남웅(영화평론가)
형슬우(영화감독 <어쩌면 우린 헤어졌는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