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아비들의 땅

서울독립영화제2008 (제34회)

장편경쟁

노경태 | 2008ⅠFictionⅠColorⅠ35mmⅠ90min | 코닥상

SYNOPSIS

장지영, 방관자적인 집시 같은 주인공, 그녀는 철저히 고립되어 살아가는 아마추어 설치예술가이며 영안실 시체닦이 이다. 그녀는 우연히 한국 시골 노총각 결혼 원정단에 휩쓸려 필리핀으로 가서 레인이라는 코리안 드림을 꿈꾸는 어린 아가씨를 만나게 된다.
로이탄은 6살 때 장지영에 의해 한국으로 입양되어 온 후 여러 가지 힘든 파트타임 일로 근근이 살아간다. 그는 어렸을 때 자기를 버린 양아버지, 장지영, 을 찾아 나선다. 그가 장지영을 찾았을 때는 이미 장지영은 트랜스젠더의 삶을 잠시 접고 평범한 여자로 살고 있다.
코리안 드림을 가진 레인은 장지영과 한국에 온 후, 결혼을 한다. 나중에 장지영이 여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 그녀는 한국 변두리를 유령처럼 떠돈다. 그러다, 로이탄을 어느 공원에서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고, 그들은 고향으로 떠나기 전 로이탄의 양아버지를 만나러 가기로 결심한다. 그들 세 명의 만남은 과연 어떤 결말을 맞이할 것인가?

DIRECTING INTENTION

이 영화는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과 가치에 대해 이야기한다. 철저히 방관자적인 집시 같은 주인공, 장지영은철저히고립되어살아가는아마추어설치예술가이다. 무의미하고 수동적인 그녀의 삶은 우연에 의해 여러 사건들에 노출되게 된다. 우리의 잣대로, 동시대 사회의 통속적인 잣대로 어느 한 개인의 삶을 평가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어리석은 일일 것이다. 그러기에 인간의 삶은 너무나 모호하고 마술 같은 판도라 상자이다.
이 영화는 ‘오염’에 대한 철저히 개인적인 감정적인 사진첩과 같은 영상시 이다. 물질적인 오염, 정신적인 오염 등 우리 현대인의 삶은 오염된 대지 위에서 자기가 버린 오염물에 의해 병들어 가고 있다. 특정한 가해자도 없고 특정한 피해자도 없다. 우리가 가해자이고 피해자이다.

FESTIVAL & AWARDS

2008 제13회 부산국제영화제

DIRECTOR
노경태

노경태


2006 <마지막 밥상>

STAFF

연출 노경태
제작 노경태
각본 노경태
촬영 최정순
편집 최현숙
조명 안희성
미술 엄진선
음향 이은주
출연 김선영, 은하, 정두원

PROGRAM NOTE

노경태 감독의 영화는 기이하다. 전작인 <마지막 밥상>도 그랬지만 <허수아비들의 땅>에서도 역시 서사의 논리를 초과하는 잉여가 두드러진다. 그의 영화가 발산하는 잉여는 서사적 논리에 매끄럽게 포섭되지 않는다. 감독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마지막 밥상>에서 오랜 여운과 인상을 간직한 관객들이라면 영화 속에 배치된 상징의 의미를 친절히 설명하는 감독의 성실함이 오히려 영화의 호소력을 축소한다는 느낌을 받은 적 있을 것이다. 그의 소박한 언어는 영화가 발산하는 직접성을 온전히 담아내기에 불완전하다. <허수아비들의 땅>은 또 한번 그러한 경험을 제공한다. 영화는 <마지막 밥상> 못지않은 정서적 충격과 여운을 남기지만 이번에도 관객은 감독이 의도한 것 이상을 영화에서 본다. 그러니 이제 인정할 수밖에. 그의 영화는 감독의 의도를 넘어선다고. 그의 영화는 서사의 맥을 파는 것만으로 전모를 드러내지 않는 이미지 포에틱스의 영화다. 그것은 거의 직관적이며 본능적이다. 실험영화를 통해 단련된 그의 이미지 조탁술은 서사의 논리를 뛰어넘어 시네마의 본질을 향해 접근해간다. 그의 영화가 낯설게 느껴진다면 그것은 우리가 영상을 문자언어의 주석달기 쯤으로 오해한 비영화적 영화들에 너무 길들여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풍부하고 다의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이미지와 시네마 정신으로 충만한 영화. 그러나 강렬한 매혹에도 불구하고 서사 자체는 논란의 소지가 있다. 관객 스스로 이 영화의 판관이 되어야 한다.

맹수진/서울독립영화제2008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