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파리

서울독립영화제2008 (제34회)

장편초청

양익준 | 2008ⅠFictionⅠColorⅠ35mmⅠ130min

SYNOPSIS

어린 시절. 여동생과 엄마의 죽음을 목격한 이후, 폭력과 더불어 성장해온 상훈.
상훈은 그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아버지를 주기적으로 찾아가 폭행한다.
하루하루의 일상을 폭력과 대치하며 살아가는 상훈.
어느 날 상훈은, 작은 마찰로 인해 연희라는 여고생을 알게 된다.
우연으로 시작된 만남이 두 번째, 세 번째 이어지면서 서서히 상대에게서 자신들의 모습을 발견해가는 상훈과 연희.
하지만 둘의 만남은 이미 시작된 지 오래다.
서로의 관계가 어떻게 엮여져 있는지도 모른 채 상훈과 연희는 그리고 그들과 관계된 사람들은 또 다른 인연으로써 관계를 만들어간다.

DIRECTING INTENTION

가족
혈연체라는 이유만으로 어떤 일을 하더라도 용서가 행해지는.
아니, 용서라기보다 감춰버리려는. 그저 입을 봉한 채로 시간이 지나 잊혀 지길 바라는.
아픔을 아픔이라고 이야기하기보다 당연히 겪어내야 하는 것으로, 나 하나만 겪는 것이
아니다 라는 비관적인 자세로 일관하는.
'혈연지간 안에서의 폭력이 외부에서 공격해오는 폭력보다 더 강력한 것 일수도 있다' 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인정하지 못하고 있는.

치료약이 필요하다
두통, 치통엔 펜잘, 게보린, 사리돈..
감기약엔 판피린에스, 콘텍600..
상처치료엔 후시딘, 마데카솔..
그렇다면 가족이라는 공동체 안에서 생긴 고통, 아픔, 외로움, 분노, 상실감이라는 상처를 치유해 줄 수 있는 치료약은 어디서 얻어야 하는가?
살 수 있는 것인가? 어디서?
한번쯤은 솔직하게 드러내놓고 이야기하여야 한다고 본다.
아버지라는 그리고 그로 인해 구성된 가족, 그 가족이라는 환경 속에서 자라온 현재까지의 우리들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그리고 알고 싶다.
이쯤에서 화해가 가능한 것인지, 아니면 다음 세대에서 다시 토론을 벌여야 하는지.
지금 우리에게는 치료를 하기위한 약이 필요한 것인가, 아니면 병에 걸리지 않기만을 바래야 하는 것인가? 질문을 던져보고 싶다.

FESTIVAL & AWARDS

2008 제13회 부산국제영화제
2008 제2회 서울국제가족영상축제

DIRECTOR
양익준

양익준

2005 <바라만 본다 >

2006 <그냥가>

2007 <아무말도 할수없다 >

STAFF

연출 양익준
제작 장선진
각본 양익준
촬영 윤종호
편집 이연정
조명 심재원
미술 홍 지
음향 장현철
출연 양익준, 김꽃비, 이 환, 정만식, 윤승훈, 이승연
음악 투명물고기

PROGRAM NOTE

배우로 널리 알려진 양익준 감독의 <똥파리>는 처음부터 숨가쁘게 몰아치는 영화이다. 강하게 몰아치는 흐름 속에 눈과 귀를 맡기다 보면, 난무하는 욕설과 폭력에서 주인공에게 드리워져 있는 어둡고 깊은 상처를 만나게 된다. 가족에 대해 특히 아버지에게 불신과 증오를 품고 있는 상훈은 매정한 듯 보이지만, 어린 이복동생 만큼은 끔찍히도 챙긴다. 하지만 그가 애정을 표현하는 방식은 매우 서투르다.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여고생 연희와의 관계에서도 그의 서투름은 명확하게 드러난다. 서로 애정과 연민의 감정을 가지고 있지만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 상훈과 연희의 공통점은 폭력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삶을 살고 있다는 점이다. 어린 시절의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훈은 폭력을 휘두르면서 살고 있고, 연희는 가정 폭력을 힘겹게 견디고 있다. 그런 힘겨운 삶을 보여주면서도 영화는 위트를 잃지 않고 인물들의 복합적인 감정을 효과적으로 담아낸다. 영화의 주제는 반복되는 폭력의 굴레이지만, 그런 폭력적 상황에서도 삶의 생기를 잃지 않고자 하는 인물들의 모습은 확연하고 강렬한 배우들의 표정과 연기를 통해 빛을 발한다. 이것이 이 영화의 커다른 장점이다. “똥파리”는 더러운 곳에 꼬이는 존재이다. 그것이 똥파리의 생존 조건이다. 그곳을 벗어나서는 살 수 조차 없는 존재들을 영화는 가감없이 보여준다. 아무리 부인하려 해도 세상은 이미 폭력으로 점철되어 있고, 가장 작은 사회인 가정도 예외는 아니다. 양익준은 강렬한 연기와 연출을 통해 사회 밑바닥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상처를 진심으로 어루만지고 있다.

조영각/서울독립영화제2008 집행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