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의 사과
서울독립영화제2007 (제33회)
본선경쟁작(단편)
이수진 | 2007|Fiction|35mm|Color|21min
SYNOPSIS
무더운 날. 막다른 골목, 대오에서 이탈한 노동자와 전투의경이 각각 대치하고 있다.
단지 입고 있는 옷에 따라 둘은 적으로 규정되고 지난한 대치가 반나절을 지날 쯤 둘의 상황은 슬프고 슬퍼서 웃긴 하나의 블랙코미디가 된다.
DIRECTING INTENTION
사람이 사람을 좀 더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블랙코미디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FESTIVAL & AWARDS
2007 제12회 부산국제영화제
DIRECTOR

이수진
2003 <립스틱>
2004 <아빠>
2006 <아들의 것>
STAFF
연출 이수진
제작 권남균
각본 이수진
촬영 홍재식, 주을돈
편집 최현숙
조명 성태경
미술 황주혜
음향 정인호
음악 김태성
출연 유승목, 이종필, 김기천
PROGRAM NOTE
적대관계에 있는 두 인물이 피할 곳 없는 한 공간에 있다. 그 한 인물은 전투의경이며 또 다른 하나는 시위대이다. 각 대오에서 이탈된 둘이 어찌하여 그곳에 있게 되었는가는 중요치 않다. 둘은 너무도 지쳐있으며 그저 쉬고 싶을 뿐이다. 하지만 다른 복장을 한 이 어리숙한 ‘적’들은 상대를 제압하지도, 쓰러트리지도 못하며 가여울 만큼 지난한 대치를 이어간다.
<적의 사과>는 블랙코미디이다. 공존하기 힘든 상대가 막다른 골목에 갇힌, 이질적인 인물과 공간이 빚어내는 코미디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 영화를 통해 웃음을 넘어선 다양한 생각을 하게 된다. 혹자는 우리의 시위문화에 대해 되돌아 볼 수도 있으며 또는 사회적으로 규정되어지는 각자의 역할에 대해 곱씹어 볼 수도 있다. 그 중 하나는 사람과 사람사이의 거리, 그 거리를 어떻게 좁힐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적의 사과>는 2.35:1이라는 화면비율로 그리 길지 않은 골목길에 위치한 둘의 거리를 비현실적인 거리로 확장시켜놓고 있다. 그 거리는 사회적으로는 규정된 ‘적’의 거리이며, 실제 아무 관계도 없는 두 인간의 거리이기도 하다. 화면비율과 인물의 표정을 잡아낸 클로즈업은 이를 더욱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사람과 사람간의 거리, 그 간격은 얼마이며 그 간격만큼의 차이는 어떤 계기로 이해받고 서로의 오해에 대해 어떻게 ‘사과’를 건네야 할까.
인상적이고 탄탄한 배우들의 연기는 영화를 좀 더 집중하게 하는 힘을 발휘하며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이지연 / 서울독립영화제2007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