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귀와 머리칼

서울독립영화제2007 (제33회)

본선경쟁작(장편)

정재웅 | 2007|Fiction|HD|B&W, Color|95min

SYNOPSIS

작은 중소기업에서 설비관리를 맡고 있는 재웅은 같은 회사 생산직의 윤정을 흠모한다.
평소 콧방귀도 안 끼던 윤정은, 무슨 바람이 불었을까, 재웅에게 데이트 신청을 하는데.
첫 데이트.
그러나 가는 곳마다 말썽을 피는 재웅과의 데이트를 후회하게 된다. 윤정은..

DIRECTING INTENTION

음.. 뭐랄까.. 그냥 ‘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돈과 연애, 잔소리와 진심, 갈등과 화해, 희망과 체념...
서울에 살기 위해 서울을 떠나려는 남자와 서울을 떠나기 위해 서울에 살고 있는 여자.
그리고 서울과 귀와 머리칼.

DIRECTOR
정재웅

정재웅

2006 <얼음무지개>

 

STAFF

연출 정재웅
제작 정재웅, 이훈희
각본 정재웅
촬영 조기영
편집 정재웅
조명 조기영
미술 신혜민, 장은별
출연 정재웅, 이윤정

PROGRAM NOTE

가난한 청춘남녀가 레스토랑에서 과다한 지출을 한 후, 어디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온종일 골목을 걸으며 데이트를 한다. 남자는 끊임없이 변명의 말들과 세상에 대한 냉소적 분석을 늘어놓는데, 여자는 그런 남자의 말에 나름 올바른 기준을 제시하려 노력한다. 하지만, 둘의 처지는 실상 별반 다르지 않다. 그들의 삶은 지하도처럼 어둡고 출구는 묘연하지만, 서로에 대한 진심을 알기 위해 밀고 당기기를 거듭한다. 그들은 서울로 입성하지도 서울을 떠나지도 못하고, 서로의 진심을 확신하지도 못한 채, 서울 변두리 골목을 배회할 뿐이다. 둘이 주고받는 무수한 대화 끝에 그들이 도달한 인식은 자신들은 서울의 주인이 아니라는 거다.
아직 연인 사이가 아닌 그들은 조금씩 진전을 보이지만, 남자는 여자가 내민 손을 마음 놓고 잡을 수도 없다. 진심을 확인하려는 사적인 순간에도 현실은 개입해 들어오기 때문이다. 여자는 휴일임에도 회사로 ‘냉큼’ 복귀해야 하고 남자는 더 많은 돈을 벌기위해 미국으로 갈 계획임을 알린다. 하지만 자신의 슬픔을 모조리 드러내고야 마는 순간에도 그들의 대화는 우울하면서도 유쾌하고, 애처로우면서도 흥겹다. 이런 묘한 웃음의 힘이 불현듯 희망의 낌새를 만들어 내고 있다. 돈을 저축하거나 무조건 많이 버는 것 외에는 다른 어떤 목적도 상정할 수 없는 그들에게, 남루한 삶과 절망적인 순간들을 견디게 해 주는 것은, 상쾌한 음악과 영화적 편집 속에서 순간 벌어지는 아주 짧은 판타지뿐이다.

이정수 / 서울독립영화제2007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