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독립영화제2025 본선 단편경쟁 부문 심사평

서울독립영화제2025 본선 단편경쟁 심사평

2025년 서울독립영화제가 새로운 반세기를 시작하는 51회를 맞이했습니다. 독립장편영화가 존재하지 않았던 시기부터 존재했던 이 영화제는 그 시작부터 단편영화에 대한 지지와 애정을 근간으로 삼아 지금까지 이어져왔습니다. 단편영화 1,590편이라는 역대 최대 출품작 수를 기록한 올해, 예심을 통과한 35편의 작품에서 지난 50년을 뒤로 한 첫 해의 경향들과 흐름을 만났습니다. 멀고도 친숙한 자신과 가족 안의 세계, 다큐-픽션의 비경계, 서로를 향한 ‘튜토리얼’(지침) 형식, 영화 바깥의 영상과 사진 문화에서 기인한 형식들이 눈에 띄었고, 화면 구성의 방식이 ‘클리셰’에 가까운 영화들은 그 원본들이 형성된 과정을 다시 돌아보게 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경향들이 질문으로 이어지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올해의 단편 대상은 양희진 감독의 <오늘 밤의 비>입니다. 영화는 사춘기를 둘러싼 복잡한 감정을 솔직하게 포착하며 관객의 깊은 공감을 이끌어냅니다. 인과로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의 기복은 아이도 어른도 아닌 불안한 과도기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부모에게 향한 이유 없는 반항과 친구에게 느끼는 서운함 등, 스스로도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을 견뎌내는 여중생의 내면이 섬세하게 묘사됩니다. 짜증과 우울, 때로는 우스꽝스러움까지 뒤섞인 감정들은 풍경과 말, 몸짓으로 구성된 감독의 연출을 통해 설득력 있게 시각화됩니다. 이 영화는 이해하기 어려운 사춘기의 시간과 질감, 혼란을 담담하면서도 깊이 있게 그려낸 뛰어난 작품입니다.

단편 최우수작품상은 박유선 감독의 <우리 꼭 다시 만나>입니다. 절대 떨어지지 말자고 약속했던 다섯 개의 원자가 삶의 윤회에서 결코 만날 수 없는 존재로 태어났다가, 드디어 남자, 여자, 원숭이, 꽃, 돌고래로 어느 하루에 만나게 됩니다. 이 만남은 이들이 다음 윤회에서 물 원자로 다시 만났을 때 귀결되는데, 이 잘 짜여진 세계관은 다섯 색채와 화면 구성 속에서 당대적 관심사들을 풀어내면서 납득하지 않을 수 없는 인간과 비인간 세계에 투영된 우리의 욕망을 보여줍니다. 탁월한 내러티브 구조와 주목할 만한 연출로 희비극 너머의 존재자들의 세계에 닿는 작품입니다.

단편 우수작품상은 이성욱 감독의 <물질형태>와 이지원 감독의 <강이와 두기>입니다. 영화가 텍스트를 시청각으로 변환시키는 장치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하는 <물질형태>는 보이지 않는 관객들에게 시각을 텍스트로 전달하고 해석하는 과정을 다룹니다. 주인공인 시락의 해설을 통해, 타인의 목소리가 나의 연장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강이와 두기>는 비인간 존재가 주요인물로 등장하곤 하는 설화의 세계가 담고 있는 염원의 속성들을 삼촌인 두기와 초등학생인 강이의 밤에서 새벽으로 이어지는 모험에 담아냅니다. 뱀이 용으로 승천할 만큼의 노고가 담긴 이 영화의 만듦새 속에서 우리는 한 배우에 주목했습니다.

단편 독립스타상은 <강이와 두기>의 노상현 배우입니다. <강이와 두기>에서 못된 마음으로 빌었던 돌 하나를 드디어 빼내는 바보 삼촌 역의 노상현 배우를 통해 이 설화의 마지막이 완성됩니다. 독립영화에서 캐릭터의 확장이라고 할 만한 두기 역을 연기한 노상현 배우를 만난 것이 큰 기쁨입니다. 노상현 배우의 다음 작품을 기대합니다.

서울독립영화제 2025 본선 단편경쟁 심사위원 일동

김미영(영화감독)
박경근(영화감독, 시각 예술가)
유진목(영화감독,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