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호랑이를 찾아서

서울독립영화제2006 (제32회)

장편경쟁

구본환 | 2006 | Documentary | DV | B&W, Color | 94min

SYNOPSIS

이 영화는 동물다큐가 아니다. 난 어릴 적부터, `백두산 호랑이`라는 별명을 가진 이모할아버지가 집안의 은인인 훌륭한 분이라고 듣고 자라왔다. 그리고 그 분의 무덤을 해마다 벌초해 왔다. 그분은 오랬동안 부하였던 할아버지와 처제였던 할머니를 맺어준 사람이었다. 그런데 어느날, 이모할아버지에 대한 엄청나게 충격적인 진실을 알게 된다. 나는 혼란스러워지지만 진실을 밝혀내겠다는 기대로 50여년 전의 `백두산 호랑이`에 대한 추적을 시작한다. 하지만 상황은 꼬여 가고 언제부턴가 무관심했던 가족들의 인생에 깊숙이 들어가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한국현대사의 최대 비극과 나의 가족사, 그리고 40여년 전 잘 나가던 영화제작자였던 할아버지의 영화 이야기.
촬영을 시작한 초반에, 이모할아버지의 정체에 대해 말해 줄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인 할아버지는 위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

DIRECTING INTENTION

한국 현대사와 개인사, 가족사의 만남. 처음엔 카메라를 든 연출자로서 카메라 뒤로 숨으려고 했다. 하지만 촬영이 진행될수록 그건 비겁하다는 생각이 계속되었다. 결국 난 카메라 앞으로 나아갔고 담백하고 투박한 나레이션이 시작되었다. 3인칭 시점에서 1인칭 시점으로, 될 수 있는 대로 솔직하게 나아가고 싶었다. 3인칭으로 어떤 객관적 사실들을 나열하는 것보다 1인칭 시점으로 다가가고 보여지고 하면서 공감하고 느끼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영화적인 면에서 ‘사실과 설명의 배치’보다 중요한 게 ‘감성과 스토리’이라고 생각했고 그런 방식이 ‘끔찍한 사실이 일어났다’라는 ‘사실’을 더 잘 전달해 준다는 믿음을 갖고 극영화 스타일로 접근하려고 노력했다. 영화의 시작은 결국 다큐멘터리 아니였던가.
개인적 체험, 일종의 우연으로 시작한 이 영화는 그렇게 ‘사적 다큐멘터리’가 되었고 이상한 우연들이 뒤따랐다. 결국 이 영화는 내가 살면서 딱 한번밖에 할 수 없는 이야기가 되었다.

FESTIVAL & AWARDS

2006 제11회 부산국제영화제

DIRECTOR
구본환

구본환

2001 <박카스> 

2001 < Guns&Roses >
2002 < Sound&Justice >

 

 

STAFF

연출 구본환
제작 구본환
촬영 백윤석, 신동석
편집 구본환
음향 양정우

PROGRAM NOTE

역사와 가족에 무관심했던 한 청년이 우연한 기회에 자신의 이모할아버지에 대한 진실을 알게 되면서 한국근현대사와
자신의 가족사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과정을 보여주는데, 그 과정이 묘하게 영화적 고민과 맞물리면서 흥미를
더한다.

‘백두산 호랑이’에 얽힌 충격적인 사실을 찾아가다가 감독은 가족 안에서 길을 잃은 듯 보이는데, 영화는 여러 극영화적인 요소를 배치해 내며 다시 역사 안으로 빠져나온다. 이모할아버지가
저지른 만행의 피해자 가족을 만나러 가는 길에 들리는, “나에게는 가까운 가족이 죽은 적이 없다. 솔직히 그 슬픔을 전혀 모른다.” 라는 감독의 이 고백은, 영화가 진행되면서 할아버지의 죽음을 경험하게 됨으로써 극복되는 듯하다. 그는
이렇게 다시 말한다. “그 무엇인가가 나를 변화시켰다.”
라고. 그 무엇이 무엇인지는 불명확하지만, 그는 영화를 만들어가면서
영화적 성장 외에도 영화 외적인 성장을 거듭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성장다큐멘터리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할아버지가 제작했다던 그 <영화>를 찾는 것에 결국 실패하고 마는 것은, ‘백두산 호랑이’에
관한 진실을 말해줄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인 할아버지로부터 제대로 된 대답을 듣지 못하고 마는 것에 합치된다. 여기서
‘영화 찾기’의 실패는 곧 ‘진실 찾기’의 실패일 수 있다. “백두산 호랑이가 없었다면 대한민국은 망했어.”라는 말을 남기고 돌아가신 할아버지는 과연 양심을 회복하신 걸까? 그
할아버지에게 역사적 실체의 진실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여러 의문점들이 남지만, 이런 과제를 안고 다시 카메라를 들어 세상에 나설 이 젊은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더욱 성숙해져 있을 것임이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카메라가 과연 진실을 담을 수 있는
것인가, 란 또 다른 근본적인 질문이 그의 앞에 도사리고 있는 듯하다.
그는 영화 속에서 이런 내레이션을 한다. “그런데 이상했다. 눈에는 똑똑히 보이는 눈물이 카메라 뷰파인더에는 보이지 않았다.”
이래저래 많은 과제를 남긴 영화다.

이정수 / 서울독립영화제2006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