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매는 모두 떠났는가?

서울독립영화제2005 (제31회)

본선경쟁(중편)

최숭기 | 2005 | Fiction | DV | Color | 28min 15sec

SYNOPSIS

무명배우인 철수와 전직배우였던 숙희, 대학에서 연극반 활동을 하는 숙희의 동생 재희의 이야기. 숙희와 철수는 결혼한 지 3년 됐다. 어느 일요일 주문한 피자를 기다리던 숙희와 철수는 오랜만에 대본연습을 해 본다. 숙희는 대본을 통해 자기 삶의 무료함을 다시 경험하게 되는데, 그때 첫 번째 벨이 울린다. 때마침 언니 집에 놀러온 재희. 재희는 평소 형부를 무척 따랐다. 재희와 형부의 대본연습이 시작되고, 숙희는 그들의 연기에서 어떤 열기를 느낀다. 그때 두 번째 벨이 울린다. 피자를 먹던 숙희와 재희는 결국 싸움을 하게 되고, 그 김에 숙희는 집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숙희가 나가버리자 집에는 재희와 철수만 남게 되는데..

DIRECTING INTENTION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하루를 가지고 영화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 뭔가 근사한 일이 벌어지기를 바라지만 결국 어제와 비슷한 하루를 살게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표현해 보려고 했다. 특히 그 인물들의 열정과 무기력이 서로 교차하는 지점에 주목했다.
이 영화를 통해 또 한 가지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연극과 인생 사이의 관계였다. 일상이라는 무대와 무의식이라는 무대, 그 양자를 오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표현해 보고 싶었다.

FESTIVAL & AWARDS

2005 제3회 베를린 아시아-태평양 영화제

DIRECTOR
최숭기

최숭기

1999 <얼굴>
1999 <희생의 꽃> 
2003 <세 사람>

STAFF

연출 최숭기
제작 최숭기
각본 최숭기
촬영 오민호, 홍효은
편집 최숭기
조명 오민호, 홍효은
미술 이시은
음향 박찬연, 표용수
음악 이영애
출연 이승훈, 최정화, 이소영, 손상규

PROGRAM NOTE

문득 여성해방 바이블로 통하는 극작가 입센의 <인형의 집>이 떠오른다. 감독이 연출의도에 밝힌 ‘연극과 인생 사이의 관계를 보여주고자 했다’는 말과 희곡대본으로 그럴듯해 보이는 <자매는 모두 떠났는가?>라는 제목에서 연상되는 느낌이다. 하지만 정작 극에 차용되는 희곡은 헤럴드 핀터의 <침묵>과 아서 밀러의 <크루서블>이다. <자매는 모두 떠났는가?>는 현실 주인공의 내면과 인생을 영화스크린을 통해 연극으로 풀어내고 있다. 두 자매(숙희와 재희)와 그녀들의 남편이자 형부(철수)인 주인공들의 일상은 현실을 가장한 연극 무대 위에 놓여져 삼각관계를 형성한다. 마치 행동을 과장하고 끝내 욕망을 분출해버리는 연극의 주인공들처럼 이들은 서서히 클라이맥스를 향해 치닫는다. 이 가운데 희곡에서 등장인물의 감정과 배경을 설명하는, 지문과 같은 역할을 하는 내레이션은 극중 한 인물에게 흡입되는 것을 경계하듯 한 발짝 떨어져 관망하게 하는 기능을 한다. 또한 현실을 보여주는 장면은 연극무대를 떠올리게 하듯 고정된 카메라로 연출되고 극중 인물들이 희곡을 리딩하는 장면은 강한 감정이 묻어나는 핸드 헬드로 연출되어 묘한 아이러니를 불러일으킨다. 인생과 연극, 그 관계에 대한 작은 실험을 감독은 영화라는 장치로 표현하고 있다. 자, 자매는 정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던 현실에서 연극의 주인공처럼 과감히 떠날 수 있을 것인가? 

이지연 / 한국독립영화협회 사무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