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서울독립영화제2005 (제31회)

본선경쟁(중편)

김영재 | 2005 | Fiction | Beta | Color | 34min

SYNOPSIS

죽은 부인의 꿈을 꾼 노인, 그는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고, 인생을 정리한다. 아파트의 같은 동에 사는 한 소녀, 자신의 남자친구와 좀 더 가까워지고 싶지만, 그는 소극적이다. 그리고 역시 같은 동의 한 회사원, 바쁜 일상 속에서 외로움을 느끼고 술 친구를 찾지만, 그와 만날 수 있는 친구는 없다. 이 세 사람은 하루 동안 서로 마주치고, 엇갈리며, 작은 고민을 풀어나가고, 서로 의식하지 못하는 가운데, 이들은 삶에서 작은 위안을 얻어낸다.

DIRECTING INTENTION

단절되고 분리된 아파트 단지에서 이웃간의 대화와 소통은 거의 불가능하다. 때문에 그로 인한 인간관계 역시 단절되어있다. 이들은 서로를 알지 못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서로 작은 위안이 될 수 있다. 별 것 아닌 작은 물건이나 행동들이 이웃에 있는 타인들에게는 큰 희망과 용기를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부자연스럽게 이들을 만나게 하거나, 더욱 밀접한 관계로 만들어가기 보다는 잠깐 스쳐 지나는 가운데 서로가 갖고 있는 조그만, 그렇지만, 견디기 힘든 고통들을 덜어내는 모습들을 보여주고 싶다. 기본적으로 세상은 차갑고 냉혹한 곳이지만, 그런 가운데 사람들을 살아갈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은 거대한 행복이나 행운이 아니라, 작은 기쁨과 일상의 만남 가운데 있다고 생각한다.

FESTIVAL & AWARDS

World Premiere

DIRECTOR
김영재

김영재

2005 <그들의 점심>

STAFF

연출 김영재
제작 이대혁
각본 김영재
촬영 구준우 , 신동호
편집 유동근
미술 황예니
음향 이동근
출연 이영광, 박성준, 이선주, 이성자, 민새롬, 박윤석

PROGRAM NOTE

작품 속 등장인물들은 물리적인 같은 공간 안에 머물러 있으나 서로를 모른다. 어디서 만났는지 많이 낯익은 사람이라 생각하지만, 기억할 만큼 서로에 대해 관심을 두지는 않는다. 옆 집 사는 사람이 누군지 몰라도 사는데 지장이 없는 바쁜 요즘 세상 사람들은 모두 자신만의 외로움을 나누지 못한 채 혼자 안고 살아간다. 하지만 작품은 말한다. 당신이 그렇게 고립된 채 살아가고 있는 것만은 아니며, 알게 모르게 누군가로부터 도움을 받고 또 그들의  외로움을 조금씩은 덜어주고 있다고.할아버지, 소녀, 직장인은 모두 각자의 이야기가 있다. 꿈과 현실, 환상 장면들을 드나들며 이들은 각자의 이야기들을 명시하여 풀어놓는다. 궁금한 것은 바로 청년의 이야기이다. 간간히 등장하며 작품 속 인물들의 일상에 조연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는 청년은 다른 사람들이 그를 필요로 하건, 그렇지 않건 그 자리에 있다. 어떤 때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다른 이들과 소통하고자 부단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청년은 상처를 받기도 하고 무심하기도 하며 행위만으로 감독이 하고자 하는 말을 대신하기도 한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기 전, 현관문에 기대 선 채 담배를 피우는 그의 모습은 작품 속에 감독 자신을 투영해 놓은 듯 보인다. 퍼져 가는 담배 연기와 함께 뭐, 그래도 괜찮지 않느냐고 말하고 있는 듯하다. 열심히 둥그렇게 원을 그리며 유리창을 닦는 두 소녀는 조금씩 자라면서 세상도, 인생도 작지만 큰 원이라는 진리를 알아갈 것이다. 살면서 받아온 작은 은혜들에 감사하며 살다보면 어느새 나도 누군가의 고마운 분이 되어있음을 깨닫지 않을까. 문득, 지금의 나는 어떤 일상을 살고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지은희 / 서울독립영화제2005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