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짐의 양식
서울독립영화제2005 (제31회)
단편경쟁
김기훈 | 2005 | Fiction | 35mm | color | 21min
SYNOPSIS
어느 날 아침, 상철은 낯선 남자를 거울속에서 발견하고 놀란다. 자신의 얼굴이 바뀐 것이다. 이 낯선 남자는 누구인가? 그는 다른 거울을 보지만 여전히 생면부지의 낯선 남자만 있을 뿐 자신의 얼굴은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지고 없다. 어머니는 상철을 쳐다보고 무언가 전과 다르다는 것을 느끼지만 그것이 어디가 어떻게 돼서 잘못되었는지는 지적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회사 동료들도 마찬가지다. 아무도 그의 변화를 진상해내지 못한다. 혼란이 체념으로 바뀔 때, 상철은 한 남자를 우연히 만나게 되고 강한 의구심으로 그를 뒤쫓게 된다.
DIRECTING INTENTION
분열되고 해체되어가는 주인공을 통해서 불안한 인간존재의 한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다.
자기 자신이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다. 낯설게 변해버린 자신을 부정하고 되돌아갈 수도 없지만 받아들이기도 힘들어진다. 길을 잃어버린 듯한 낯설음을 느낀다. 좀처럼 표상되지 않는 그 낯섦을 ‘뒷모습의 메타포’를 통해서 근대적 주체개념을 비판하는 것으로 극화(劇化)해내고 싶었다.
자신의 뒷모습은 자신보다도 남에게 더 익숙하다. 뒷모습은 ‘시선에서 기계적으로 발생하는 주체(시전의 주체)’의 한계와 ‘자기의식으로 완전히 환원되지 않는 타자성’을 상징하는 것이며 ‘자아를 인식의 지반으로 전제하는 표상개념’을 비판하는 것이다.
FESTIVAL & AWARDS
2005 제10회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 앵글
DIRECTOR

김기훈
STAFF
연출 김기훈
제작 이경섭
각본 김기훈
촬영 정희철
편집 김기훈
조명 김재근
미술 김성아
음향 최완규, 표용수, 윤종선
출연 유재명, 김병준
음악 김장원
PROGRAM NOTE
나 자신이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다. 아니, 낯설게 느껴진다기보다 내가 변했음을 불현듯 깨닫는 순간이 있다. 어느 날 나는 거울 속에서 완전히 낯선, 변해버린 나를 발견한다. 가족과 직장 동료는 나에게 온 변화를 정확히 짚어내지 못하지만 나는 거울 속에 비친 낯선 내가 두렵기만 하다. 변해버린 얼굴은 지금까지의 내가 온전히 사라져버렸음을 증거하는 거울이기 때문이다. 변한 나의 모습에 체념해가던 어느 날 나는 과거의 나, 혹은 나의 뒷모습을 발견하고 필사적으로 뒤쫓는다. 막다른 골목에서 마주선 '나'와 또 다른 '나'의 대면. 두개의 얼굴, 두 개의 몸은 하나로 겹칠 듯 하면서 겹쳐지지 않고 결국 현재의 나는 과거의 나를 살해하고 만다. 그리고 이런 나의 행위를 지켜보는 어린 나의 무표정한 시선. 감독의 말을 빌면 <사라짐의 양식>은 "분열되고 해체되어 가는 주인공을 통해서 불안한 인간존재의 한 모습을 표현" 하고자 했고 뒷모습의 메타포를 통해 "자기의식으로 완전히 환원되지 않는 타자성"을 상징하고자 했다. 충만하고 자기 완결적인 주체의 불가능성을 언캐니uncanny라는 심리적 공포로 표현한 이 영화는 관념적일 수 있는 주제를 실험적인 영상에 효과적으로 옮기는데 성공한 역작이다.
맹수진 / 서울독립영화제2005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