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눈을 감고
서울독립영화제2004 (제30회)
중편경쟁
김현필 | 2004 | Fiction | 35mm | Color | 26min
SYNOPSIS
후미진 골목 귀퉁이에서 한 남자는 여자를 지켜본다.
지켜볼 때마다 느끼는 것은, 집에서 그녀가 그리워 그릴 때보다, 그녀는 훨씬 예쁘다는 것.
이제 그는 더 이상 지켜볼 수만은 없다.
DIRECTING INTENTION
오늘밤 달이 뜨는 이유가 어찌 사랑 때문이겠는가, 어찌 사랑 때문 아니겠는가.
DIRECTOR

김현필
2001 <십년만의 외출> (16mm, 14분) 2001 <기언가 미언가> (16mm, 34분) 2003 <원더풀 데이> (16mm, 32분) 제9회 리오데자네이로 국제 단편 영화제 국제파노라마 부문 2003 서울독립영화제 중편부문 우수상 제22회 벤쿠버국제영화제 단편부문 초청 제2회 미장센 단편영화제 ‘장르의 상상력전’ 멜로부문 최우수상 제7회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 판타스틱단편걸작선 부문 2003 부산아시아단편영화제 경쟁부문 제56회 깐느국제영화제 시네파운데이션 부문 |
STAFF
연 출 김현필
제 작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촬 영 강국현
조 명 강국현
각 본 김현필
편 집 이도현
미 술 김현필
작 곡 슬비안
믹 싱 김현필
애니메이션 박준균
출 연 박규종, 전수지, 김한비
PROGRAM NOTE
오랫동안 장님으로 살아왔던 이가 어느 날 갑자기 눈을 뜨게 된다면? 흔히 말하는 ‘기적’같은 일이 틀림없겠지만 무방비 상태에서 갑자기 오색찬란한 빛들이 눈앞으로 쏟아져 들어온다면 그 또한 얼마나 혼란스러울까? 사랑 앞에서, 그리고 세상살이에 언제나 서툴기만 한 우리들도 어쩌면 이렇게 준비운동 하나 없이 갑작스레 ‘눈 뜬 장님’ 같은 것은 아닐까? 평범하다 못해 조금 비어 보이기까지 하는 남자. 소음을 측정하는 공무원인 그가 공무 중 억울하게 한쪽 귀를 다쳤으면서도 개의치 않고, 지하철 안 각양각색의 사람들을 바라보며 즐거이 강남과 강북을 오갈 수 있는 것도, 그리고 하루 종일 남의 집 대문 앞에 숨어 누군가를 기다릴 수 있는 것도 모두 사랑의 콩깍지라는 안경을 쓴 장님이 되어 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천사와도 같은 그녀를 기다리는 시간은 왜 이리도 달콤한지. “아저씨는 모르지만 나는 사랑을 안다”고 말하는 건방진 꼬마와의 티격태격은 또 왜 이리 유쾌한지. 그가 그녀에게 눈먼 장님이 되어 버렸듯 아무 것도 모르는 그를 위해 ‘예쁜 눈을 뽑아주겠다’고 말하는 조숙한 소녀 역시 그를 향한 ‘제 눈의 안경’을 써 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사랑은 달지만 현실은 쓰다 했던가. 갑작스레 사랑이 환상에서 깨어나 현실이라는 눈을 떠버린 그. 어찌해야 할지 방향을 잃고 헤매는 ‘눈 뜬 장님’이 되어 버린 그에게, 혹은 우리들에게 감독은 말한다. “도로 눈을 감으라”고. 그리고 아마 그렇게 그는 또 다른 사랑을 배워갈 것이다. 그것이 설령 다시 혼자만의 짝사랑일지라도. 사랑과 세상에 대해 서툴지만 차근차근 배워 가는 사랑스러운 남자 이야기. 모은영 서울독립영화제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