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외출을 다루는 두 번째 장
서울독립영화제2004 (제30회)
단편경쟁
허기정 | 2004 | Experimental | 16mm | Color | 15min
SYNOPSIS
그녀의 아버지가 편지를 받고 떠난다. 다음날 나머지 가족도 떠난다. 현재-어느 날 길거리를 거닐다 그녀는 문득 편지를 떠올리고, 떠났던 집을 다시 찾아 나선다.
DIRECTING INTENTION
이 작업은 개인의 어린 시절 기억들의 단편들을 가공하여 만든 사적 픽션이다. 1인칭과 3인칭의 화자는 다른 도시-공간들의 기록을 실제 기억과 가공된 내러티브로 병치하여 이야기한다. 현재의 이미지를 가공하는 작업 과정을 통해 우리가 과거의 이미지를 기억하고 엮어가는 방식의 재현을 시도해 보고 싶었다.
DIRECTOR

허기정
TAIPEI-DUREE(2004)
STAFF
연출 허기정
PROGRAM NOTE
영화는 이렇게 시작된다. 덜컹거리는 기차소리와 함께 화면 가득 들어차는 기차의 모습. 잠시후 소설을 읽는 화자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거꾸로 달려가는 기차와 함께 영화는 과거의 기억을 향한 여행을 시작한다. 마치 시간을 뒤로 돌리듯 거꾸로 달리는 기차와 함께 시작하는 영화 <첫 번째 외출을 다루는 두 번째 장> 은 이렇듯 잃어버린 과거의 시간을 찾아 떠나는 시간여행에 관한 영화다. 그 여행은 정확한 목적지도, 정확한 기억의 종착점도 없는 그저 희미한 추억의 그림자로 기억되는 과거를 향한 것이다. 그러니까, 여행의 시작은 이렇다. 소설 속 누군가의 이야기는 어린 시절 추억을 환기시키고 화자는 자신의 기억 속 집과 추억을 찾아 여행을 떠난다. 하지만 어린 시절 내가 살았던 그 곳은 과연 어디였을까? 그리고 내 기억 속에 남겨진 어린 시절의 추억은 과연 진짜일까? 소설을 읽는 3인칭 시제로 시작해 1인칭으로 바뀌는 등 어느 순간 뒤섞여 버린 영화의 시제는 이러한 기억의 부정확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명확한 형체를 알 수 없는 이미지의 잔상들, 반복되어 등장하는 집과 번지. 흔들리는 카메라 속에 긴 잔상으로 남는 낡은 목마, 좁은 골목길 같은 실험적인 영상 역시 마찬가지다. 마치 기차에 앉아 창밖으로 휙휙 스쳐가는 풍경의 잔상을 보는 것처럼 카메라에 포착된 다양한 이미지의 유희 속에 우리는 머리 속을 스쳐가는 다양한 과거의 편린들을 만나게 된다. 여기서 카메라는 기억을 상기하고 되돌리는 일종의 타임머신과도 같은 장치이다. 영화는 이렇게 과거와 현재, 소설의 허구와 사적인 기억을 가로지르는 이미지의 모험 속에 개인의 기억과 그 기억을 상기하고 재현하는 영화의 정체성을 탐구한다. 모은영 서울독립영화제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