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갑자기
서울독립영화제2014 (제40회)
경쟁부문 단편
유지영 | 2014 | Fiction | Color | DCP | 33min
SYNOPSIS
여고생 호진은 진지하게 사귀던 같은 학교 선생인 영호에게 어느 날 갑자기 이별 통보를 받는다. 그리고 호진을 기다리는 또 하나의 악몽같은 순간. 오늘따라 집으로 돌아오는 호진의 발걸음이 유난히 무겁다.
DIRECTING INTENTION
몇 번을 떠올려 봐도 음울하고 답답했던 나의 학창시절. 이제는 나쁜 기억이 아닌 추억으로 안고 싶은 마음에…
FESTIVAL & AWARDS
2014 제13회 미쟝센단편영화제 촬영상
2014 제15회 대구단편영화제
DIRECTOR

유지영
2009 <에로스의 계절>
2010 <잘하고 싶은데>
2011 <고백>
2012 <나방알>
STAFF
연출 유지영
제작 최익환
각본 유지영
촬영 이재우
편집 유지영
음악 이병훈
미술 박미령
출연 한지원, 이종선, 박지수, 박현영 , 오광록 , 윤민수
PROGRAM NOTE
학원 공포물과 같은 음침한 기운으로 카메라가 닫힌 교문의 틈으로 서서히 다가오고 나면, 길바닥 고인 물에 뜬 기름이 만들어내는 무지개 형상 위로 타이틀이 오른다. 이 타이틀백은 영화 전체의 인상을 함축하고 있다. 영화에는 무지개 띠처럼 다채로운 인물들이 등장한다. 되바라지고 당돌한 여고생 호진, 우유부단하고 유약한 교사 영훈, 호진의 단짝인 우직한 용진, 새침떼기 같은 찬수, 현실에서 해탈한 듯 선문답 같은 말들을 늘어놓는 국어교사, 그리고 열심히 노력하고 연습하면 무엇이든 가능하다며 호진을 가만두지 않는 체육선생이 그들이다. 이들의 관계는 물과 기름처럼 겉돈다. 영훈은 아내의 임신 소식 앞에서 제자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끝내고 싶어하고, 호진은 영훈의 일방적인 이별통보에 죽음을 떠올릴 정도로 심각한 상태다. 그런 사실을 모르는 단짝 친구 용진은 호진을 집요하게 쫓아다니고, 같은 반 친구인 찬수는 호진을 남몰래 좋아한다. ‘나는 잠이 오는데 너는 춤을 춰야겠다는구나’ 라는 국어선생의 싯귀절처럼, 서로의 엇갈린 입장과 욕망에서 그들의 우울함과 고통은 비롯된다. 어느 날 갑자기 누가 죽어버린다고 해도 놀라울 것 같지 않은 음울한 분위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사건은 느닷없는 곳에서 발생한다. 호진에게 시종일관 긍정적인 에너지를 불어넣어주던 체육선생이 자살한 것이다. 사람들은 모두가 아프지 않은 척, 그런 일이 없다는 듯 고통을 외면하고 잊으려고 한다. 체육선생의 성실함과 열정도 아마 감추어진 고통을 망각하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었을 것이다. 호진은 마지막 장면에서 바닥에 고인 기름 섞인 물 위에 국어선생의 싯귀절을 놓고 태운다. ‘망각은 죽음이고, 아픔은 죽음의 삶이다’ 라는 이성복 시인의 말처럼 호진은 아픔을 꾸역꾸역 받아안고 나아갈 수밖에 없음을 받아들인다. 그것이 삶의 숙명인 것이다.
장훈/서울독립영화제2014 예심위원